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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 우리가 얻은 명분과 잃어버릴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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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10. 11:15

김희정(환경이야기 정책국장)
김희정 환경이야기 정책국장
2026년 1월, 분리·재활용이나 소각 없이 쓰레기를 땅에 묻는 행위를 금지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가 시작되었다. 매립지를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자원순환의 명분은 고결하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처리 인프라와 지연되고 있는 소각장 확충 탓에 제도는 의도와 달리 지방의 환경부담과 시민 세금,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정의의 기본 원칙인 '발생지 처리'의 붕괴이다. 수도권과 경기의 생활폐기물 일부가 타 지역 민간 소각시설로 향했고, 수도권 내부의 처리 역량이 강화되는 대신 외부로 밀어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종량제 봉투에 섞인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품이 지방 중간처리장에서 발견되자, 충청권 지자체는 수도권 폐기물의 반입 금지와 전수조사를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님비(NIMBY)를 넘어, 한나라 안에서 지역 간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목표와의 충돌도 심각하다. 선별되지 않은 플라스틱이 섞인 생활폐기물이 소각장이나 시멘트 소성로로 향하면 화석연료 기원 탄소 배출이 늘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도권 소각장 부족으로 쓰레기를 수백 킬로미터 운반하는 대형 트럭의 경유 연소 배출까지 더하면, 폐기물 부문의 단기 배출은 제도 이전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35년 NDC 달성에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매립'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한다. 현 매립지의 여유 용량을 논의하는 일조차 회피한다. 금지는 손쉬운 선택이지만, 실행 가능한 대안 없이 내놓는 금지는 정책이 아니라 허울뿐인 구호에 가깝다. 지난 1월 직매립 금지 이후 그 대가는 발생지 처리 원칙의 붕괴, 원정 소각, 그리고 확대되는 갈등으로 나타났다. 즉흥적이고 불투명한 결정은 시민이 치를 비용과 고통만 키울 뿐이다.

지금의 직매립 금지제도 실행은 강행이라 생각한다. 이는 '준비된 전환'이 아닌 '책임없는 떠넘기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실질적 인프라 확충 및 수도권매립지 등 가용 가능한 시설 활용에 나서야 한다. 수도권 지자체 역시 수도권 내 소각시설 확충 및 현대화, 인공지능(AI) 기반 고도화된 전처리 선별시설 확충 등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매립금지는 결국 환경과 민심, 그리고 기후 목표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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