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장-사장-감사 ‘원팀 지배구조’…방산 카르텔 우려”
“사천 시민사회, KAI 사장 인선 둘러싸고 무기한 투쟁·여론전 예고”
|
사천시민연대는 특히 이용철 방사청장이 KAI 사장·사외이사·감사위원장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방산조달의 심판(방사청)이 선수(KAI)와 한 팀을 이룬 기형적 지배구조"라고 비판했다.
탈의실에서 의사봉도 없이"…밀실 이사회 의결 논란
사천시민참여연대(이하 사천시민연대)는 최근 8일 국민신문고에 올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종출 사장 내정 철회 및 방사청 라인 인사 재검토 요청 청원'에서 "국가 전략 방산기업의 이사회가 탈의실에서 의사봉도 없이 사장 인선을 강행한 것은 KAI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에 따르면, KAI 이사회는 지난 2월 27일 서울사무소에서 김 전 무인사업부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회의실 앞을 막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 활동과 의결 경위를 요구하자 정식 회의실이 아닌 '탈의실 겸 대기 공간'으로 이동해 이사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봉도 없이 회의를 속행했고, 이사후보추천위원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내정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출입은행 긴급 호출로 모여 후보자와 30분간 차담회를 한 자리를 "검증과 평가 시간"으로 포장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천시민연대는 "노조가 '심각한 지배구조 훼손'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진 인사"라며 "2월 25일 1차 의결 시도 때에는 이사회 핵심 인사가 노조에 '이틀 연기할 테니 김종출 내정자를 만나 요구사항을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하는 등 회유성 움직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사회 핵심 인사는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는 증언도 청원에 포함됐다.
"방사청장-사장-감사 '원팀'…방산조달 공정성 훼손 우려"
단체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낙하산 인사'를 넘어, 현직 방사청장이 자신의 근무연·학연 인맥을 통해 KAI 사장·이사회·감사 라인을 사실상 장악하는 구조라고 규정했다.
청원은 "언론 보도와 내부 증언에 따르면 성남 라인으로 불리는 이용철 방사청장은 방사청 개청 멤버이자 최측근인 김종출 전 무인사업부장을 KAI 사장 후보로 사실상 꽂았고, 연세대 동문인 홍순영 전 수출입은행 본부장, 방사청 법무실 출신인 이태영 변호사를 각각 KAI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으로 올리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 구조를 통해 △방사청장(이용철) △방사청 출신 KAI 사장 내정자(김종출) △방사청 법무·조달 라인 출신 KAI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이태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방사청 원팀 지배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사천시민연대 측의 주장이다.
청원은 또 KAI 이사회 핵심 인사가 "청와대에서 밀어붙여 우리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방사청장이 얼굴도 모르는 사외이사를 내려보내 회사 경영·감사를 틀어쥐려 한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전했다.
사천시민연대는 "방사청은 KAI의 최대 수주처이자 방위력개선사업 기획·획득·수출·제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라며 "이 기관 수장이 자신의 인맥을 KAI 사장과 감사위원장에 패키지로 배치하면, 향후 방사청 발주 사업에서 KAI가 수주할 때마다 경쟁사들이 '방사청-KAI-법률 인맥 원팀' 논리로 공정성·이해충돌 시비를 제기할 빌미를 갖게 된다"고 했다.
사천시민연대는 "이 구조는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부정당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리스크"라며 "KF-21, 수송기, 헬기, 우주발사체 등 대형 사업이 제재에 걸릴 경우, KAI와 협력·하청업체까지 연쇄 부도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방사청 간부가 현직에서 곧바로 KAI 임원·사장으로 직행한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도 이러한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우주항공·경영 경험 전무…정치캠프 '철새형 인사'"
사천시민연대는 김 내정자 개인의 자질·경력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청원에 제시된 이력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공군사관학교 31기 출신으로 공군 중령 예편 후 방사청 개청 시 4급 특채로 입사, 방산수출지원팀장, 절충교역과장, 전략기획단 부단장, 무인사업부장, 국방기술보호국장 등을 지냈다.
사천시민연대는 "우주항공·기업 경영 참여 경력은 전무하다시피 하고, 방사청 무인사업부장을 맡은 기간도 퇴직 전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며 "경남테크노파크 방위산업본부장 공모에서도 '획득·조달 위주 행정 경력일 뿐 산업·정책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탈락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은 또 김 내정자가 과거 강구영 전 KAI 사장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강구영 사장을 임명한 것은 신의 한 수'라는 취지의 기고문을 게재해 옹호한 사실, 윤석열 대선 캠프 외곽조직인 '국방혁신 4.0 특위' 활동 이력, 이후 이재명 대선 캠프(대한민국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로 옮겨 국방·안보 분과에서 부위원장급 실무·자문 역할을 맡았다는 점 등을 열거하며 "그때그때 유리한 쪽을 찾아 옮겨 다니는 '박쥐형·철새형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밝혔다.
사천시민연대는 "김 내정자가 윤석열 캠프 외곽조직에서 활동하던 강구영 전 사장과의 인연 때문에 KAI에 부임하면, 윤석열 정부 시기의 무인기 납품 관련 외환(外患) 혐의 등 각종 수사·감사 과제가 은폐되고 '강구영 시즌2'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이런 인물이 '캠프 출신 우주항공 전문가'라는 포장을 쓰고 KAI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국민과 시장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지역사회 반발, "주총 봉쇄·무기한 투쟁" 경고
청원에 따르면, KAI는 3월 1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종출 사내이사·대표이사 선임안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며, 노조는 우리사주조합과 함께 주총장 봉쇄 등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같은 시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이 예정된 가운데 KAI 사장 인선 문제는 "단순한 기업 인사를 넘어 여권 책임론과 직결될 수 있는 정치·사회적 뇌관"이 되고 있다는 게 단체의 평가다.
사천시민연대는 "서부경남 노동계·업계·시민들과 연대해 무기한 투쟁을 이어가기로 결의했다"며 "도대체 누가 푸싱을 했기에 노조를 회유까지 해가며 탈의실 의결을 강행하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청원 요구사항…"내정 철회·방사청 라인 전면 점검"
사천시민연대는 국민청원에서 △김종출 사장 내정 철회 및 인선 재검토 △이용철 방사청장이 관여한 KAI 사장·사외이사·감사위원장 인선 과정에 대한 청와대·국방부 차원의 검증 및 이해충돌 점검 △KAI 지배구조 개선 및 '방산 카르텔' 방지 장치 마련 △지역 노동계·지역사회 의견 청취 및 소통 창구 개설 등을 요구했다.
단체는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보다 KAI 사장 내정 취소가 더 어려울 이유는 없다"며 "현직 방사청 간부·법무라인 출신 인사가 동시에 KAI 사장·감사위원장을 맡는 구조가 방산 조달·제재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는지 제도·법률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사청-KAI-특정 로펌 라인이 결합하는 '방산 카르텔'을 막기 위해 공기업·공공기관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방산 특유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천시민연대는 이번 국민신문고 청원에 앞서 지난 5일 사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출 사장 내정자 임명 철회를 공식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사천시민연대는 "KAI가 오늘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노력뿐 아니라 전투기 시험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환경 피해를 감내해 온 지역 주민들의 인내와 협조 덕분"이라며 "이 같은 지역사회와 노동계의 호소를 외면한 사장 인선은 사천 시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또 "KAI는 사천을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 경제의 핵심 산업 기반으로 수많은 협력·중소기업, 지역 고용이 직결돼 있다"며 "사장 인선은 단순한 기업 인사가 아니라 지역 사회 신뢰와 정부 방산·산업 정책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사천시민연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잘못된 인사가 강행될 경우 지역 민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청와대의 '정면 대응'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