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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중국 정치·산업 四季-양회 분석①] 5% 선을 깬 중국, ‘성장률 목표치’ 이면에 담긴 공산당의 정치적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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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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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전인대)에서 발표된 중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4.5% 안팎'이다. 이는 1991년 이후 35년 만의 최저치이자, 수년간 중국 경제의 절대적인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5%'라는 저항선이 공식적으로 후퇴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과 침체가 고착화되었다는 비관론이 확산되었으며, 실제로 중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자본의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단순한 경기 둔화의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지도부가 현재의 재정적 한계와 내수 부진의 현실을 냉정하게 수용하고, 부채와 양적 팽창에 의존하던 과거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로 읽어야 한다.

성장률 하향의 근본 원인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수 소비 부진과 임계점에 다다른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이다. 민간 소비의 완연한 회복을 점쳤던 낙관론과 달리, 중국 가계는 고용 불안과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 속에 지갑을 닫고 저축률을 높이는 '방어적 생존 기전'을 강화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 고공행진과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치 하락은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처럼 소비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과거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던 핵심 엔진은 지방정부가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을 통해 막대한 부채를 끌어다 인프라와 부동산에 투입하던 '토지재정(土地財政)' 모델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지방 재정의 핵심 수입원인 토지출양금(土地出讓金) 수입이 급감하면서,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은 사실상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 기존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경직성 복지 지출은 늘어난 반면, 세수와 토지 수익이 동시에 정체되면서 지방정부의 가용 재원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양회(兩會)를 앞두고 경제를 견인하던 핵심 지역들을 포함해 중국 본토 31개 성급 지방정부 중 절반이 넘는 18곳이 올해 세입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보다 하향 조정했다. 중국 산업의 심장부이자 가장 부유한 지역인 광둥성(廣東省), 장쑤성(江蘇省), 상하이시(上海市)조차 올해 수입 증가율을 2~3% 수준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이는 지방 재정의 핵심인 토지 관련 수입이 정체되고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거나 자율적인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재정적 운신의 폭'이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과거처럼 5% 이상의 성장 목표를 하달하고 무리한 인프라 투자를 강제할 경우, 이는 지방 재정의 잠재적 리스크를 키워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은 중국 정부가 과거 위기 시기마다 반복해온 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재현되어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켜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양회에서 확인된 지도부의 선택은 단순히 과거의 경로를 답습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본지 지난주 양회 프리뷰 칼럼에서 예측한 바와 같이, 리창(李强)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의 제1대 과제로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제 중국의 핵심 재원은 부동산과 전통적 인프라 중심의 투자 관성에서 벗어나 기술 자립과 안보 체계 구축이라는 정책적 몸통에 우선 배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수 방기가 아니라, 첨단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고부가가치 수요를 창출하고 이것이 다시 내수 확대를 견인하게 하려는 '공급 주도형 선순환' 전략의 일환이다. 결국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공급망 안보'를 경제 성장의 대전제로 삼고, 가용 자원을 전략 산업 생태계의 내재화에 총동원하겠다는 지도부의 냉혹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결국 올해 양회에서 확인된 성장률 목표는 중국 경제의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국가 자본의 이동 경로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탄이다. 한국 산업계는 중국의 부양책이 우리 수출을 견인해 주기를 바라던 과거의 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성장률 수치의 하락 이면에서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 자본의 거대한 이동'을 직시해야 한다. 만성적인 내수 부진의 파고 속에서도 '신질생산력'의 기치 아래 첨단 산업과 전략 자산 확충에 집중되는 이 막대한 자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파도를 일으킬 것인가. 그리고 이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의 무차별적인 팽창 앞에서는 과연 한국의 어떤 주력 산업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숫자의 행간을 읽어냈다면, 이제는 그 숫자가 정조준하고 있는 우리의 구체적인 '밥그릇'과 산업 생태계의 위협을 낱낱이 해부해 봐야 할 차례다.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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