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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쓰나미로 직격탄을 맞은 도호쿠 연안에서는 도로와 방조제, 고지대 이주 등 하드웨어 복구가 상당 부분 마무리됐지만, 지역 공동체의 붕괴와 인구 유출, 고령화가 겹치며 '생활의 재건'과 '마음의 부흥'은 여전히 진행형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겪은 후쿠시마현에선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이 2만6000여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약 90%가 후쿠시마 출신이라는 통계가 일본 사회의 구조적 상처를 드러낸다.
원전 주변 지역의 현실은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사고 직후 전 주민이 피난했던 후타바초는 2022년에야 일부 피난 지시가 해제됐지만, 지진 전 7140명이 살던 마을에 현재 거주자와 이주자를 합쳐도 약 200명 안팎만 돌아와 있다. JR 후타바역 앞에는 새 동사무소와 공영주택, 상업시설이 들어섰지만, 피난지에서 주택을 마련하고 생활 기반을 옮긴 이들이 많아, 마을 조사에서 응답한 피난자의 절반은 "돌아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후쿠시마는 지진·쓰나미에 원전 사고까지 겹치면서 '지진 재해 관련사'로 분류되는 사망자가 2350명으로, 이와테·미야기보다 두드러지게 많다. 와세다대 등 조사에서는 원전 사고 피해자의 30%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돼, 주민들의 정신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삶과 일본 정부가 그리는 '부흥 시나리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日정부, '후쿠시마 이노베이션 코스트'국가 프로젝트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연안 지역에 '후쿠시마 이노베이션 코스트 구상'을 내세워 폐로 기술 실증, 로봇 산업, 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 다수가 오랫동안 농업과 어업으로 삶을 이어온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산업 개발이 곧바로 개인의 생활 재건과 소득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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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염 폐기물 관리도 난제다. 각지 주민 소유지에 임시 보관 중인 제염토는 2045년까지 후쿠시마현 밖으로 최종 처분을 마치겠다는 약속 아래 처리 방안을 찾고 있지만, 2030년대 중반부터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정부 계획에도 불구하고 수용 지역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산림 제염이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되는 점도 주민 귀환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물로 지적된다.
일본 주요 일간지 사설도 15주년을 계기로 재난의 교훈을 다시 상기하자고 입을 모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원자력 재해와 부흥 '재해자와 함께 걷기' 재확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후쿠시마 부흥에는 단기간 성과를 목표로 하는 사업 중심 접근이 아니라, 고향을 빼앗긴 사람들의 슬픔과 회한에 공감하며 긴 호흡으로 동행하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방사선량을 개인이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위험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말고 행정의 안전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동일본 대지진 15년, 진혼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 교훈을 잊지 않고 다음 세대에 살려라"라는 사설에서 대지진 당시 거대 쓰나미가 단숨에 도시를 집어삼켜 1만5901명이 숨지고 2519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기억의 풍화를 가장 큰 적으로 꼽았다. 방조제와 도로 등 인프라는 정비됐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생활과 지역 활력을 복원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며, '마음의 부흥'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주문했다.​
일본 언론들은 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사고 이후 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일부 원전 재가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각종 부실과 관리 소홀 사례로 원전 사업자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녹아내린 연료 파편(데브리) 제거 작업이 시험적으로 시작됐으나, 폐로 완수까지 수십 년이 더 필요한 '긴 싸움'이 될 것이며, 제염토 최종 처분지 선정도 여전히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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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동일본 대지진 15년은 단지 추모의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방재·감재 체계를 되돌아보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내부에서도 원전 의존도, 재생에너지 확대, 지방 소멸과 연계된 인프라 재편 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원전 재가동과 신규 핵 정책을 둘러싼 찬반 여론도 팽팽하다. 피해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는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위험과 비용을 특정 지역에 떠넘기지 말고, 사회 전체가 책임과 부담을 나누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동시에 일본 내외 시민·종교 단체는 후쿠시마 사고 15주년을 계기로 탈핵과 기후 위기 대응, 지역 분권형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단 하루의 사고로 15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재난의 고통이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자동으로 치유되지 않으며, 기억을 보존하고 교훈을 제도와 정책에 반영해야만 비슷한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한다.
동일본 대지진 15주년을 맞은 일본의 풍경은 어느 정도 복구된 거리와 새 건물이 아니라, 여전히 이어지는 피난 생활과 공백이 남은 마을,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교차하는 자리다. 일본 사회가 이 재난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을 구체적 방재 대책과 에너지 전환으로 연결하느냐가, 앞으로 닥쳐올 또 다른 대지진과 재난에 대한 대비 수준을 가를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