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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두 정책의 작동 원리가 정반대라는 점이다. 비축유 방출은 시장에 물량을 공급해 자연스러운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 수단이다. 반면 최고가격제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고정하는 규제 방식이다. 일각에선 두 정책이 충돌하면서 오히려 공급망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분한 물량이 시장에 풀리더라도 가격이 낮게 묶여 있다면 정유사 입장에서는 생산을 유지하거나 국내 공급을 지속할 유인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비축유 방출은 원유 공급을 늘려 정유사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자연스러운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기제다. 하지만 최고가격제로 공급 마진이 인위적으로 고정되면 정유사로선 비축유를 받아 제품을 생산해도 기대 수익이 극히 제한된다. 특히 국제 시세가 최고가제 상한선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정유사는 국내에 물량을 풀수록 기회비용이 커진다. 정부가 방출한 비축유가 민간의 정제 설비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정유사가 수익성이 높은 수출용으로 물량을 돌리거나 가동률을 보수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 신호의 혼선이 우려된다. 대규모 비축유 방출은 수급 불균형 해소의 신호를 시장에 보내지만 최고가격제와 매점매석 고시는 수급 불안 상황을 상정한 강력한 규제책이다.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전달되면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비축유 방출은 시장 가격 하락을 유도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을 한다. 여기에 가격 통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해줄 경우 예산이 중복 투입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유류세 인하와 같은 세제 도구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시장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설계가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고유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정당하다. 다만 그 방식이 민간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하거나 시장의 자정 기능을 마비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정유 4사는 일단 정책에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보전금 산정 방식이나 조사 압박에 따른 실무적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번 정책의 성패는 공급망의 건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물가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비축유 방출이라는 공급 카드를 꺼낸 만큼 가격 통제 수위는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