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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훈 전 SBS 사장이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 책을 발간했다. |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다큐멘터리 PD이자 전 SBS 대표이사로 한국 방송계를 대표해온 박정훈 전 사장이 던진 첫 문장이다.
그는 신간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을 통해 한 인간의 탄생과 삶을 냉정한 통계가 아닌 '경외의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간다. 자신의 출생 확률을 직접 계산해 소수점 아래 열아홉 개의 0 뒤에 겨우 닿는 숫자를 제시하면서, 숫자가 어떻게 태도와 시선을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MBC에서 SBS로 옮긴 파격적 선택, 〈그것이 알고 싶다〉와 〈생명의 기적〉 등을 통해 사회를 바꾼 기록들, 그리고 평사원에서 지상파 최장수 사장에 이르는 39년의 궤적은 모두 그가 말하는 '점(dot)의 법칙'으로 수렴된다.
당시엔 무모해 보였던 점들이 수십 년이 흐른 뒤 하나의 정교한 곡선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이들에게는 지나온 점들을 긍정하게 하는 위로를, 이제 막 첫 점을 찍기 시작한 청년들에게는 불확실성을 돌파할 용기와 사고법을 건네는 이 책은, "오늘 어떤 점을 찍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독자에게 되돌려준다.
박정훈 전 SBS 사장은 2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태어날 확률도, 여기까지 살아올 확률도 거의 0에 가까운 세계에서,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거나 해를 끼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며 "돌아보면 내 인생은 결국 사람들과 맺은 인연의 총합이었고, 그 인연 하나하나가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떨어진 낙엽처럼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정훈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 책 제목이 매우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 위에 하늘에서 낙엽 하나가 떨어져 정확히 얹힐 확률은 상상만 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사실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태어난 확률은 그보다 더 낮다. 부모의 만남에서부터 수정과 착상, 출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변수를 실제로 계산해 보니 0.0000000000000000000633이 나왔다. 소수점 아래 열아홉 개의 0 뒤에 겨우 도달하는 숫자이다. 그 극단적인 희박함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 어머니로부터 특별한 고백을 들었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나를 낳기 전에 낙태약을 드셨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숫자가 단순한 통계를 넘어 하나의 서사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때 낙태약이 통했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였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한 개인의 존재가 곧 그 사람에게는 우주 전체의 존재와 같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 그 깨달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바꾸었는가.
“그렇다. 다소 비상식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이제는 ‘저 어려운 확률을 뚫고 태어난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면 덜 미워지게 된다. 그 어려운 확률을 뚫고 태어난 ‘나’와 ‘당신’이 서로를 만날 확률은 그보다 더 낮다. 그런 존재들이 만나 서로를 미워하거나 해를 끼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를 책에서 언급했다.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에서 “앞을 내다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다. 돌아볼 때만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삶을 되짚어 보니 정말 그렇다. 대학 시절 아무 준비도 없이 친구를 따라갔다가 합격한 언론고시, 그 기회를 열어준 친구 K의 갑작스러운 죽음, 모두가 선망하던 MBC를 떠나 신생 방송사 SBS로 옮긴 선택까지, 당시에는 무모하고 즉흥적인 점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뒤 돌아보니 하나의 정교한 3차원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 MBC에서 SBS로의 이직은 당시 상당한 파격이었다.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 PD이다”라는 선배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그 말이 깊이 꽂혔다. 안정된 MBC를 떠나 생존조차 불확실했던 신생 SBS로 간 것은 누가 보아도 무모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점이 없었다면 이후의 곡선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비선형이다. 노력과 계획대로만 흘러가는 방정식이 아니라, 환경과 사람, 타이밍, 운 같은 수많은 외부 변수가 개입하는 카오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지말아야 할까. 세 가지만 얘기해 달라.
“첫째는 어떤 일을 겪더라도 그다음 행동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실망할것도 좋아할것도 없다. 그 다음 행동이 중요하다. 두번째는, 만나고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전심어린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잘 할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교훈으로삼자' 이 말은 내가 사회 초년시절 만든 말인데 평생지침이 된 소중한 문장이다. 이 세가지만 잘 실천한다면 후회 할일이 많이 줄아들지 않을까 싶다.”
‑ 이 책이 특히 어떤 독자들에게 닿기를 바라는가.
“두 부류의 독자를 생각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이들에게는 이미 찍어 온 점들을 긍정하게 하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막 첫 점을 찍기 시작한 청년들에게는 불확실성을 돌파할 용기와 사고법을 건네고 싶었다. 태어날 확률도, 여기까지 살아올 확률도,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을 확률도 거의 0에 가까운 세계에서 우리는 오늘 어떤 점을 찍을 것인가. 그 질문을 독자 각자에게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돌려주고자 한다.”
저자 박정훈 전 SBS 대표이사 사장은 1986년 MBC PD로 방송계에 입문해 다큐멘터리, 시사, 교양, 예능, 드라마, 편성 등 전 영역을 두루 경험하며 39년 이상 활동한 방송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사랑의 징검다리〉, 〈송지나의 취재파일〉 등을 통해 사회 문제와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했고, 〈육체와의 전쟁〉, 〈아름다운 성〉 등에서는 인간의 몸과 생명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생명의 기적〉은 출산과 제왕절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고, 〈잘 먹고 잘사는 법〉은 자연식과 웰빙 열풍을 촉발하며 동명의 책이 22만 부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환경의 역습〉을 통해 새집증후군, 실내공기 오염, 중금속·농약 문제 등을 조명하며 제도와 산업 변화까지 이끌어냈다.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호주 UTS에서 저널리즘 석사를 취득했으며, 한국방송대상 대상, 삼성언론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등 국내외에서 30여 차례 수상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이 단순한 성공 공식이 아닌 ‘우연과 선택이 교차하는 확률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방송사 평사원에서 지상파 최장수 사장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낮은 확률을 돌파한 삶의 핵심 요인으로 ‘운, 선택, 동료에 대한 존중, 책임 있는 리더십’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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