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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은행, 총량 규제에 ‘안전대출’ 급급… 2금융권 내몰린 취약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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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6. 03. 23. 18:02

대출 규제 강화 속 고신용자에 집중
밀려난 저신용자 고금리 악순환 여전
주요은행 대환대출로 일부 흡수 시도
"정부차원 포용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는 수년 전부터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왔다.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가계대출 옥죄기로 피해를 입은 계층은 따로 있었다. 최근 3년간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이 70조원 넘게 증가할 동안, 신용도가 떨어지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은 크게 위축됐다. 당국이 허용한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대부분 1~2등급 고신용자에게 집중됐던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리스크가 적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밀렸고, 결국 고금리 부담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신용등급별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가계대출 잔액은 2023년 69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767조7000억원으로 75조3000억원 늘었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1~2등급(891~1000점)의 대출 잔액은 2023년 471조3000억원에서 2024년 517조9000억원, 지난해 553조원으로 증가했다. 대출 건수도 같은 기간 730만9000건에서 740만9000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신용등급 7~10등급(0~629점)인 저신용자의 대출 잔액을 보면 2023년 2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4조5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21만6000건에서 104만1000건으로 대폭 줄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5대 은행은 고신용자에겐 지속적으로 자금을 내줬지만, 저신용자에겐 문턱을 높여 대출을 꽁꽁 잠가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대출이 많았기 때문에 고신용자 대출 증가폭이 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보수적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과 합리적 이자수익을 고려해 안정적인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인 저축은행에도 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관리 정책 등으로 대출 영업이 위축됐고, 총 여신 규모도 지난해 4조4000억원 줄어든 93조5000억원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인해 저축은행마저 보수적인 영업을 하면서 수신과 대출을 모두 줄였다"며 "이 과정에서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근 주요 은행들이 저축은행 대출 이용자를 은행으로 흡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저축은행 대환전용 대출을 상반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 이용자를 은행권으로 유입해 금리 부담 완화와 함께 장기 신용 개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금융권 대환 전용 대출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 특성을 고려, 대안정보를 활용한 특화 신용평가모델도 도입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은행에만 맡기면 저신용자들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은행이 저신용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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