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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중동 사태에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1년간 긴급 조달 권한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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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3. 25. 09:05

마르코스 대통령 "에너지 공급에 위험 임박"
동남아 국가 처음… 연료·식량·의약품 공급 관리 위원회 구성
에너지부 "현 소비 기준 연료 비축 45일분"… 100만 배럴 추가 확보 추진
PHILIPPINES TRANSPORT ENERGY <YONHAP NO-5174> (EPA)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의 한 교통 터미널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료 가격 인상과 세금에 반대하는 시위대 옆을 지나가고 있는 지프니(현지 대중교통용 미니버스). 지프니 노조는 연료비 상승과 정부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 보류 지침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EPA 연합뉴스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필리핀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이란전쟁을 이유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공식 선포한 것은 필리핀이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행정명령을 통해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중동 분쟁이 "국제 에너지 시장에 불확실성, 심각한 공급망 교란, 유가의 대폭 변동과 상승 압력을 초래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는 정부가 기존 법률에 따라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는 1년간 유효하다. 이 조치는 정부가 기존 절차를 간소화해 연료와 석유제품을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필요시 계약 대금의 일부를 선지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연료·식량·의약품·농산물 등 필수품의 이동·공급·유통을 관리할 위원회도 구성했다. 아울러 재무부와 중앙은행에 중동 분쟁이 페소화 가치, 해외 송금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

샤론 가린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소비 수준 기준 약 45일분의 연료가 비축돼 있다"고 밝혔다. 가린 장관은 완충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 안팎의 국가에서 1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조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다음 발주에는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앞서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서는 유가 급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통일적이지 않고 조율이 부족하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장도 유가 상승이 수년 만에 보지 못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성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운수 노동자·통근자·소비자 단체들은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파업을 예고하며 연료 가격 인상과 마르코스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규탄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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