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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들, 에너지 위기에 ‘코로나19 대응책’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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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3. 26. 14:53

베트남 경유 가격 한 달 새 2배 이상 급등
필리핀, 미 제재 대상국 원유 확보 위해 워싱턴과 협의
VIETNAM ECONOMY FUELS <YONHAP NO-3014> (EPA)
지난 1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줄을 서있다/EPA 연합뉴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아시아 각국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 시행했던 재택근무·보조금 등 비상 대응책을 잇달아 꺼내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아시아가 지난달 28일 발발한 이란 전쟁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베트남 상공부가 전날 발표한 경유 가격은 리터당 3만9660동(약 2268원)으로, 전쟁 직전인 지난달 26일(1만9270동·약 1102원) 대비 약 105% 올랐다. 95옥탄 휘발유도 같은 기간 2만150동(약 1152원)에서 3만3840동(약 1935원)으로 약 68% 상승했다.

한 시민은 "경유 가격이 이 지경이니 지난 2주간 트럭을 세워두고 자전거로 다니고 있다"며 "팔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은 카타르·쿠웨이트·알제리·일본에 연료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23일에는 러시아와 양국 내 석유·가스 생산 협력에 합의했다. 재무부는 지난 24일 휘발유·경유에 부과하는 환경보호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필리핀은 지난 24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 대상국에서도 원유를 구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로이터에 "미국 제재 대상국에서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국무부와 면제 조치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도 논의 대상인지 묻자 "모든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25일 TV 연설에서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공급원을 찾고 있다"며 "45일 이후에도 원유 공급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약 45일분의 연료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100만 배럴을 추가 구매해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크플러에 따르면 러시아산 ESPO 원유를 실은 유조선 두 척이 필리핀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 30일간 제재 면제를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필리핀의 러시아 원유 수입은 5년 만이다. 미국은 별도로 3월 20일 이전 선적된 이란산 원유에 대해서도 다음달 19일까지 하역을 허용하는 30일 면제를 발표했다.

다만 마닐라에서는 연료비 인상과 정부 대응 부족에 항의하는 이틀간의 파업이 26일부터 예고돼 있다. 필리핀은 석탄 화력발전을 일시 확대하고 오염 기준이 낮은 유로2 연료의 한시적 사용도 허용했다.

뉴질랜드는 저소득 가구에 4월부터 주당 50뉴질랜드달러(4만3709원)를 한시 지원한다. 사재기와 공급 부족으로 수백 곳의 주유소 재고가 바닥난 호주에선 정부가 연료 가격 폭리 처벌을 두 배로 강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태국은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가 공무원 해외 출장 중단, 냉방 온도 25도 이상 유지, 재택근무 등을 지시했다. 파키스탄 역시 학교를 2주간 휴교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했으며, 스리랑카는 매주 수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싱가포르는 에너지 효율 가전 전환과 냉방 온도 상향을 권고했다.

다만 코로나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중앙은행의 대응 방향이다. 당시에는 봉쇄에 따른 수요 급감에 대규모 부양과 금리 인하로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어 금리 인하가 어렵다. 호주 중앙은행은 올해 이미 두 차례 금리를 올렸고, 일본·영국·유럽도 수개월 내 인상이 전망된다. 아시아 통화의 대(對)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제니퍼 매키언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등 시 인플레이션은 오르지만 성장은 둔화할 수 있어 중앙은행이 전형적인 정책 딜레마에 빠진다"며 "올바른 대응은 유가 상승 원인과 충격의 지속 기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이탈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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