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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동맹의 ‘자동 개입’ 시대는 끝났다…트럼프가 던진 실존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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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02. 07:00

"합의 없이도 철수"…'미국 우선주의' 속 동맹, '보장'에서 '선택'으로 전환
아프간의 붕괴 vs 우크라이나의 항전…안보 가르는 지도자와 국민의 의지
한국 안보, 한미동맹·우방·유엔군 '다층 억제 체제' 구축
하만주 칼럼 사진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던진 메시지는 국제 안보 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최후통첩'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2~3주 안에 끝내겠다고 선언하며, 이란과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핵 능력 제거였고, 그것은 달성됐다"고 단언했다. 동시에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당신들은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직격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도 수혜국들이 직접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팍스 아메리카나'의 일방적 시혜 구조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중동에서는 그 파장이 감지된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일방적 조기 종전 선언이 이란의 핵심 전력을 온존시켜 역내 불안정을 심화할 것이라며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우방들은 단순한 휴전이 아닌 이란 무기 체계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시선은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에 고정돼 있다. 미국 내에서 자국민의 희생이 따르는 해외 전쟁에 대한 반대 기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동맹은 더 이상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따른 '선택적 개입'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참전이 과연 불변의 상수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과거처럼 '동맹이 있으니 안전하다'는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역사는 동맹 의존의 비극과 자력 갱생의 사례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의 함락은 그 비극의 전형이다. 사미 사다트 전 아프간 특수부대 사령관은 당시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아프간의 패배를 '정치적 실패'로 규정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체결된 탈레반과의 협정은 사실상 철군의 명분이 됐고, 결정적으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도주가 국가 붕괴를 가속화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혀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 개전 초기 대다수 전문가는 압도적인 러시아 군사력 앞에 우크라이나가 수주일 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선(死線)을 지켰고, 국민의 항전 의지는 서방의 지원을 끌어내는 결정적 동력이 됐다. 수주 전쟁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전쟁이 4년 넘게 지속되며 주권과 영토를 지켜내고 있는 힘은 결국 '스스로 지키겠다'는 국민적 결의에서 나왔다. 아프간의 함락과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지도자와 국민의 의지가 안보의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한반도는 북핵이라는 비대칭 전력의 위협이 상존하는 특수한 지역이다. 트럼프발 고립주의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구축해야 할 안전장치는 어느 하나에 의존하는 단선적 구조가 아닌 '다층적 억제 체제'여야 한다.

첫째는 지도자와 국민의 확고한 안보 의식이다. 내적 결속 없이는 어떤 동맹도 실질적 억지력을 갖기 어렵다. 둘째는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되 일본 등 우방국과의 실질적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유연한 전략이다. 셋째는 유엔 창설 이후 유지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UNC) 체제의 공고화다. 이는 유사시 국제사회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다.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동맹만으로 침략을 방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에 가깝다. 평화는 타인의 선의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적 장치에서 나온다. 전쟁을 막는 최선의 안전장치는 내부의 의지와 이를 지탱하는 다층적 억제 체제의 결합에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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