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80년 만에 필리핀 땅 밟는 日 자위대에…“위안부 사과 없이 군사 협력 안 돼” 반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01010000167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4. 01. 10:51

4월 합동군사훈련에 일본 전투부대 첫 참가 예정
위안부 피해자 단체 "공식 사과·배상·교과서 수록" 요구
일본 대사 "과거사 입장 수차례 밝혀…배상은 법적으로 해결"
clip20260401084927
지난 2월 바시 해협 인근에서 열린 연합 군사훈련 중 필리핀 공군 FA-50 경전투기(왼쪽)가 일본 해상자위대 P-3 오리온 해상초계기와 나란히 비행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다음 달 필리핀 현지에서 진행되는 연합 군사훈련에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전투 병력이 파견될 예정인 가운데, 필리핀 내에서 일본의 과거사 미청산을 이유로 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의 역내 안보 역할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필리핀 시민사회와 역사학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행된 위안부 강제 동원 등 전시 만행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국가 사과와 배상이 묵살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일본 전투부대는 이번 달 필리핀에서 열리는 합동군사훈련 '발리카탄'에 참가할 예정이다. 일본군이 전투 자격으로 필리핀 영토에 들어오는 것은 80년 만이다. 지난해 6월 일본 국회가 일본-필리핀 상호접근협정(RAA)을 비준하면서 양국 군대의 상호 방문과 군사 물자 이동이 허용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시민사회 단체는 이 같은 군사 협력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인 릴라 필리피나의 샤론 카부사오실바 사무총장은 "1993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던 200명의 피해자 중 현재 단 19명만이 생존해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 국가 차원의 배상, 그리고 교과서 내 위안부 문제 수록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구사항이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일본 의회를 통과한 양국 간 상호접근협정(RAA)에 대해, 일본 군대와 군수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고 필리핀을 일본 미사일 시스템의 저장소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어 일본 평화헌법에 위배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나카소네 야스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과거 일본 총리들의 사과에 대해서도 "공식 정책으로서의 무게를 갖지 못한 개인적 유감 표명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정부를 압박해 마닐라 베이워크 산책로에 설치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게 만든 사실도 강조했다.

필리핀의 저명한 시민사회 지도자인 테레시타 앙시 또한 일본군이 참여하는 '발리카탄' 연합훈련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용서할 수는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한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 일본이 군사적 모험주의 성향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는데, 일본에 직접적인 군사적 접근 권한을 내어주는 것이냐"고 경고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해당 문제가 이미 외교적으로 종결되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엔도 가즈야 주필리핀 일본 대사는 최근 양국 관계 포럼에서 역대 일본 총리들이 과거사에 대해 거듭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혀왔으며, 2024년 일본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훼손에 대한 깊은 반성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엔도 대사는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모든 배상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의 입장이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칼 이언 청 추아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필리핀은 일본의 안보 지원을 받아들이는 데 더 신중해야 한다"며 "일본의 공적안보지원(OSA)은 사실상 일본 재무장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필리핀이 역사적으로 일본의 재무장에 반대해왔지만, 1956년 키리노 전 대통령이 전쟁 배상을 대가로 일본의 전쟁 범죄를 "포괄적으로 용서"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고 짚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