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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트럼프의 조기 종전 발언은 이란이 주장해 온 '호르무즈 해협 톨게이트'화(化)를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인한 인명과 물자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세계 에너지 교역의 관문을 통제해 통행료를 받겠다고 한다. 이란 관영 매체에 따르면 통행료 징수로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원)의 막대한 수입이 발생한다. 한 척당 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이 최대 피해국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정유 4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7억 달러(약 1조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통행료도 2억 달러(약 3000억원)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 전반의 연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 해역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는 건 국제법 위반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역풍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없이 무분별한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지위만 상승시켰다. 이란의 불법적 통행료 부과를 제지할 세력은 이제 없다. 사고는 미국이 치고, 후과(後果)는 다른 나라들이 치르게 됐다.
원유 수입이 중단돼 에너지 수급과 산업 공급망이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된 것은 맞다. 하지만 해협 통행료가 현실화화면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수입 원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고공행진할 게 확실하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교란이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다. 주가 등 증시 지표의 반등은 반갑지만, 호르무즈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위험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할 점은 중동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다. 우리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전략적 시각이 부족하고 근시안적인지는 정권마다 바뀐 원전 정책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이란은 앞으로 더 과격해질 것이다. 정부는 중동전쟁발 긴급 대응에만 머물러 있을 게 아니다. 국가안보의 시각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