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화해는 가해자의 언어가 아니다”…78년 제주 4·3, 이제 책임 묻는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02010000770

글자크기

닫기

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4. 02. 17:35

걸림돌은 '시효'…소멸시효 완성으로 패소
李 "국가폭력은 나치전범처럼 영구책임"
진화위, 국가폭력 시효 배제 권고
제주4·3 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YONHAP NO-3338>
제78주년 제주 4·3 추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공원에서 제주 4·3 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했다고 용서가 따라오는 건 아니다. 화해는 피해자의 언어다. 제주 4·3이 발생한 지 78년이 지났음에도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제주 4·3은 국가의 사과와 희생자 명예 회복 중심으로 정리돼 왔다. 하지만 가해 책임 규명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다.

제주 4·3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군·경 등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이후 2000년 1월 제주4·3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됐고, 2003년 대통령 공식 사과가 이뤄졌다. 유해 발굴과 희생자 인정 등 후속 조치도 이어졌다.

다만 그동안의 조치는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희생자 명예를 회복하는데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국가폭력의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법원에서도 '시효'를 이유로 국가배상 책임을 제한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따르면 1기 위원회에서 진실 규명 결정을 받은 상당수의 제주 4·3 피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패소했거나, 국가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에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시효를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못하는 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과거사 정리는 완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제주 4·3 유가족과의 오찬에서 제주 4·3 등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민·형사상 소멸시효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밝혀질 경우 나치 전범처럼 영구적인 책임을 묻고 상속재산이 있을 경우 자손까지 책임을 물리겠다고 약속했다.

유엔도 고문·집단학살 등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 역시 전쟁범죄 등에 대해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다.

진화위도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와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권고했다.

백경진 제주4·3범국민회의 이사장은 "과거사 정리는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보상을 넘어 가해 책임을 정리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며 "이 부분이 빠지면 같은 국가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화해는 가해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책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화해는 진정한 화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