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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 체계,‘제복 입은 국민’ 외면에 군사법 수술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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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6. 0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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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사법학회·국가인권위 하계학술대회, '군 사법 사각지대' 정조준
군범죄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심각, "독자적 보호 규정 명시"
학계·법조계 "일반 법원보다 못한 군 피해자 구제, 조직적 압박 방어막 낮다
"군인은 지휘명령 체계 하에 있는 특수한 신분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국민으로서 특별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인권침해를 당연시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5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3법학관. 사단법인 한국군사법학회가 국가인권위원회,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2026년 하계학술대회'의 마이크를 잡은 이근우 한국군사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의 일성은 무거웠다. '군사법 체계에서 인권 개선의 실질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최근 군 내외에서 끊임없이 분출되는 군사사법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정조준했다. 군사법원, 군형법, 군검찰 등 군사법 체계 전반을 도마 위에 올리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은 물론 그간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군사범죄 피해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사법 수술의 메스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영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군인권보호관) 역시 축사를 통해 "군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동시에 장병들이 삶을 영위하는 민주적 공간이어야 한다"라며, "군 내 사법 절차와 제도가 장병 개개인의 인권과 기본권을 충분히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힘을 보탰다.


0605 전익수변호사
(앞줄 왼쪽부터) 김준우박사 (은평구청 감사청렴담당관실), 소재필 육군 2군단 법무실장, 전익수 변호사 (법무법인 LKB평산),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오영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군인권보호관), 강지영 박사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박홍근 국장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국), 최진호박사 (대덕대), (뒷줄 왼쪽부터) 이상훈 교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수 교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정길 변호사 (법무법인 LKB평산), 정신 군판사 (제2지역 군사법원), 박찬걸 교수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성대 교수 (한세대 경찰행정학괴), 김영중 박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재석 과장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총괄과), 김두원박사 (경성대), 이승호박사 (공군본부 범죄예방과) / 사진=전익수 변호사 (법무법인 LKB평산) 제공
◇ "일반 법원보다 못한 군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도 넘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뜨겁게 다뤄진 쟁점 중 하나는 '군사범죄 피해자 보호의 실질화'였다. 현재 우리 군사법 체계는 일반 형사소송 절차와 비교했을 때 피해자 구제와 보호 측면에서 지나치게 미흡하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발제자로 나선 김준우 박사 (은평구청 인권센터)는 군사법원법과 일반 형사소송법의 관계를 날카롭게 비교 분석했다. 김 박사는 "군사범죄 피해자들은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적 압박과 2차 가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군사법원법 내에서는 일반 형사절차 피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 조직의 특성상 내부 고발이나 피해 사실 공론화 이후 겪게 되는 불이익을 막아줄 사법적 방어벽이 턱없이 낮다는 뜻이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군사법원법 내에 일반 형사소송법을 단순히 준용하는 수준을 넘어, 군 조직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피해자 보호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신원 노출 방지 및 신치 경호 등 권리보장의 명확성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만 군 사법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 군형법 개정 쟁점… 강제추행·모욕죄 '벌금형 도입'과 '신고율 제고'가 핵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군형법 개정안을 둘러싼 학계의 제언도 이어졌다. 박찬걸 교수(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군형법 개정안의 네 가지 핵심 쟁점을 조명하며,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 원칙'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박 교수는 현행 군형법상 강제추행죄와 모욕죄에 '벌금형'이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법은 군 내부의 기강 확립을 이유로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과도한 징역형 위주의 처벌만을 규정하고 있어, 오히려 현장에서 사법 기동성을 떨어뜨리거나 법관의 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강제추행죄와 모욕죄에 벌금형 선고 가능성을 추가함으로써 죄질에 맞는 유연하고 실효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비례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최근 사회적 공분을 낳았던 군 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박 교수는 "많은 이들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형벌 강화만을 외치지만, 폐쇄적인 군 구조상 권력형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진짜 열쇠는 형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신고율 제고'에 있다"고 단언했다. 철저한 비밀 보장과 확실한 피해자 격리 대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아무리 무거운 형벌도 유명무실한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 기소·수사 다 쥔 군검찰 비대화… "공소부 신설로 내부 견제해야"

군사법 개혁의 마지막 퍼즐은 거대해진 '군검찰'의 권한 분산과 민주적 통제였다. 이종수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군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구조적 폐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일반 사법체계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반면, 군검찰은 구조적 특수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과도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 권한 남용과 제 식구 감싸기식 부실 수사의 우려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지휘관의 영(令)이 검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의 속성상, 내부 견제 장치가 전무하다면 사법 신뢰는 요원하다는 취지다.

그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군검찰 내부에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부'를 별도로 두어 수사 부서와의 독립적인 상호 심사 기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고위직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군사 사건의 경우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군 사법 수사심의위원회'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제도화함으로써, 군 검찰권 행사에 대한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도 개혁의 골든타임… 군사법 체계 신뢰 회복의 시금석"

이번 2026년 한국군사법학회 하계학술대회는 군사법원법, 군형법, 군검찰 등 군 사법 기구를 구성하는 3대 축 전반에 걸쳐 인권 보장의 실질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학문적인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교두보적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군사법 제도는 '군 기강 확립'과 '특수성'이라는 명분 아래 민간 사법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권적 타협을 용인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학술대회에 모인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더 이상 군의 특수성이 장병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범죄 피해자를 방치하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권이 균형 있게 보장되는 사법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던진 구체적인 법제 개혁안들은, 향후 국회의 입법 과정과 국방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기초 자료이자 개혁의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복 입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군사법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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