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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다시 피우다…한국 현대사진 4인의 시선,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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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4. 03. 06:00

뮤지엄한미 기획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 대표 연작 110여 점 소개
육명심, 〈경상북도 안동〉, 〈백민〉연작, 1983, Gelatin silver print, 뮤지엄한미 소장
육명심의 '경상북도 안동'. /뮤지엄한미
사진은 과거를 붙잡는 기록이면서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현재로 호출되는 감각의 매체다. 이러한 사진의 힘을 통해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을 되짚는 전시가 서울 삼청동에서 열리고 있다. 뮤지엄한미는 기획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을 7월 19일까지 삼청본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사진의 지평을 넓혀온 네 작가, 육명심, 홍순태, 한정식, 박영숙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뮤지엄한미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는 약 110여 점의 주요 연작을 통해 한국 사진이 축적해온 시간의 결을 한눈에 보여준다.

전시는 육명심의 '백민' 연작으로 문을 연다. 농경사회의 삶과 인물 군상을 정면으로 응시한 이 작업은 산업화로 넘어가던 시대의 변곡점과 맞물리며 '한국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드러낸다. 인물의 표정과 시선에 집중한 사진들은 당시 사회의 정서와 정체성을 응축해 보여준다.

홍순태 1970년작 명동
홍순태의 '명동'. /뮤지엄한미
이어지는 홍순태의 '청계천'과 '서울' 연작은 도시의 시간성을 기록한 작업이다. 1960년대 청계천 판자촌부터 급격한 산업화 과정까지, 서울의 변화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겹겹이 쌓인다. 반세기에 걸친 기록은 도시가 품은 모순과 공존의 풍경을 동시에 드러낸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한정식의 '고요' 연작이 펼쳐진다. 자연과 사물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이 작업은 형상을 넘어서는 사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절제된 화면과 정제된 시선 속에서 관람객은 감각을 낮추고 사유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시는 박영숙의 '36인의 포트레이트'로 마무리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이 연작은 동시대를 살아온 인물들의 얼굴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여성의 삶과 사회적 구조를 탐구해온 작업 세계는 개별 인물의 초상을 넘어 시대의 초상으로 확장된다.

전시 제목은 시인 정현종의 시에서 가져왔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라는 문장은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읽어내려는 전시의 의도를 상징한다. 네 작가가 포착한 순간들은 끝난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피어날 가능성을 지닌 장면으로 제시된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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