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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뜻없이 뛰어든 영화제, 주변 반발에 ‘아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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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4. 08. 14:18

[인터뷰]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정준호
위촉 당시 부정적 반응에 당황
기대 이상 성과에 시선 변화…작년 말 이사회, 흔쾌히 연임 결정
오는 29일~내달 8일 제27회 개최…"영화제 발전 위해 전력투구"
정준호-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민성욱(왼쪽)·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이 지난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영화제 서울 사무소에서 올해 영화제 포스터를 배경 삼아 미소짓고 있다./박성일 기자 mopark99@
2022년 말 전주국제영회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배우 정준호와 당시 민성욱 부집행위원장이 위촉됐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일부 영화인들은 미덥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연예계의 '마당발'로 소문난 정준호의 합류가 독립·예술 영화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영화제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부터, '저 형이 진짜 정치하려 그러나? 고향인 충청도를 넘어 전라도까지 발을 넓히네' 같은 후배 연기자들의 진심어린 걱정까지 부정적인 시선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지난주 서울 마포구 전주국제영화제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정 공동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우범기 전주시장님으로부터 '대중과의 접점을 좀 더 늘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위촉 제의를 받고, 평소 친분이 전혀 없었음에도 봉사하자는 마음에서 별 고민없이 수락했다. 그런데 영화계 몇몇 분들의 반발이 그렇게 심할 줄 몰랐다"며 "속으로 '아차' 싶었지만 없던 일로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해 보는 데까지는 열심히 해 보자'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다"고 털어놨다.

정준호-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배우 정준호가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을 당시의 뒷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박성일 기자 mopark99@
이처럼 우려가 기대보다 큰 와중에 출발한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는 놀랍게도 전국의 여러 영화제들이 모두 닮고 싶어하는 성공 사례로 자리잡았다. 2000년 1회 때부터 사무국장으로 잔뼈가 굵은 민 위원장이 영화제 운영 등 안살림을 챙기고, 정 위원장이 기업체 후원 등 바깥 살림을 맡는 '쌍두마차' 시스템은 내실 추구와 외연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민 위원장은 "정 위원장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후원회 결성을 주도하고, 대한항공의 협찬을 다시 이끌어내는 등 엄청나게 많은 성과를 냈다"면서 "지난해 가을 영화제 이사회가 사무국이 제출한 3년 간의 실적을 수치로 확인하자마자 만장일치로 연임을 승인한 이유"라고 귀띔했다.

정준호-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이 정준호 공동 집행위원장과 함께 거둔 성과를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박성일 기자 mopark99@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영화의거리 등 전주시 일대에서 열릴 제27회 영화제는 두 공동 집행위원장의 2기 체제 시작을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전체 상영작은 지난해보다 13편이 늘어난 54개국 237편(국내 97편·해외 140편)에 이르고, 이 중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공개)는 78편이나 된다.

또 1960∼70년대 뉴욕 아티스트들의 실험을 회고한 '뉴욕 언더그라운드 특별전'과 지난 1월 별세한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의 연기 세계를 돌아보는 '안성기 추모 특별전' 등 네 개의 특별전이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챌 예정이다. 이밖에 세부 조건 조율이 끝나지 않아 아직은 이름을 공개할 수 없는 할리우드 연기파 남녀 배우의 전주 나들이가 확정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등 영화제를 찾는 손님들의 면면도 화려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을 코 앞에 둔 이들의 시선은 벌써 내년과 내후년을 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올해 완공 예정인 전주독립영화의 집을 중심으로 영화제가 치러질 예정인데, 새로운 인프라에 걸맞는 근사한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이미 머리를 맞대고 고민중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커져가는 영화제 규모와 달리, 여전히 제자리걸음중인 재원을 어떻게 늘릴지도 오랜 숙제다. 5억원과 2억원 수준에 각각 묶여 있는 중앙 정부와 전북도 지원 액수의 증액이 매우 간절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어 두 위원장은 오늘도 발이 닳도록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더 많은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준호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정준호(왼쪽)·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27회 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하트'를 합작하고 있다./연합뉴스

"봉준호 감독과 류승완 감독이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들고 26년 전 가장 먼저 찾아왔던 영화제가 바로 전주국제영화제입니다. 또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지원작인 로이스 파티노 감독의 '삼사라'와 벤 러셀 감독의 '다이렉트 액션'이 2023년과 202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인카운터 부문에서 차례로 심사위원 특별상과 작품·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대외적인 위상도 많이 올라갔죠. 앞으로는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에 버금갈 만큼, 전주국제영화제가 재능있는 영화인들의 인큐베이터로 제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저와 정 위원장 모두 계속 전력투구할 생각입니다."(민 위원장)

"한국 영화계가 제게 준 사랑에 보답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지난 3년동안 오히려 제가 얻은 게 더 많았어요. 만약 전주국제영화제가 저를 불러주지 않았다면,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처럼 따뜻한 인품의 세계적인 거장들을 직접 만나뵐 수 없었을 것이고 영화를 보는 눈도 예전 수준에 머물러 있었겠죠. 연임이 확정된 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한 이유였어요.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민 위원장님을 열심히 도울 계획입니다. 그러려면 전주국제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민 위원장님이 드시지 않는 술도 제가 대신해 마시고, 밥도 대신해 많이 먹어야죠. 하하."(정 위원장)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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