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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MOU 접근…트럼프 “서두르지 말라”, 이란 핵·동결 자산 이견 잔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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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25. 05:10

NYT "호르무즈 개방·고농축 우라늄 처리 원칙 합의"…최종 승인까지 수일 소요 전망
이란 "250억달러 동결자산 해제가 레드라인"…MOU 핵 조항 포함 부인
이스라엘·공화당 강경파 반발…협상 불확실성 여전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AP·연합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와 고농축 우라늄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반면 이란 매체들은 핵 문제가 종전 양해각서(MOU)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해 합의 내용을 둘러싼 이견이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협상 대표들에게 "합의를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이란 협상단에 속도조절 지시…해상봉쇄 유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협상은 질서 있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는 합의가 도달하고, 인증되고, 서명될 때까지 전력으로, 완전한 효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 모두 시간을 갖고 제대로 해야 한다.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고 주문하면서 현재 협상 중인 합의가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정확히 그 반대(THE EXACT OPPOSITE, in fact!)"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폭격기가 이란 선박들을 공격하는 이미지와 함께 작별 인사를 뜻하는 '아디오스(Adios)'라는 글귀도 게시해 이란을 향한 압박성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했다.

인도 뉴델리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취재진에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전 세계가 좋은 소식을 접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최종 진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결국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보유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관리들은 MOU가 이날 서명되지 않으며 최종 승인까지 며칠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IRAN ISRAEL USA CONFLICT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사법부 수장(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모살라 모스크에서 진행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사망자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EPA·연합
◇ 미 "고농축 우라늄 처리 원칙 합의" vs 이란 "MOU에 핵 조항 없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강경 성향의 파르스통신은 "합의안 초안 최종본에는 핵 비축분 포기, 핵시설 중단, 심지어 핵폭탄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도 없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핵 문제는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며 현 합의안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60% 농도로 농축된 우라늄 440.9㎏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핵무기 제조 수준인 90%에 근접한 수치다. 이란은 미국이 요구한 20년보다 짧은 기간의 농축 유예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NYT와 블룸버그는 이번 잠정안이 이란의 미사일 보유나 우라늄 농축 유예를 포함하지 않으며 이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넘겨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 관리들은 모두 이번 MOU가 최종 합의가 아니라 후속 핵협상과 호르무즈 정상화를 여는 초기 틀(initial framework)이라고 설명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확인시켜 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협상가들은 국가의 존엄과 명예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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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클럽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 중 손가락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가리키고 있다./로이터·연합
◇ 이스라엘 "핵 완전 해체 요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발표 18시간여 만에 통화 결과를 공개하며 "최종 합의는 이란의 핵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 핵 프로그램 완전 해체와 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 없이는 최종 합의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위협에 대처할 자유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안보 각료는 이스라엘 매체 마아리브에 "이란에 시간·돈·지역 안정을 줄 뿐 핵·테러 능력의 실질적 해체는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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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들이 17일(현지시간) 오만 북부 무산담반도 카사브 항구도시 앞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다./AFP·연합
◇ 미국, 호르무즈 자 유통항 요구…이란, 통행량 복원·통제권 유지 주장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방식과 봉쇄 해제 순서를 놓고도 입장이 엇갈렸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MOU 초안에 이란이 해협을 모든 선박에 통행료 없이 개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으나,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30일 이내에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수를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뜻"이라며 이란이 통제권을 계속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개방을 봉쇄 해제의 조건으로 보는 반면, 이란은 MOU 체결 뒤 30일 이내에 미국의 봉쇄 해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33척으로, 전쟁 이전의 하루 통과 선박 수인 140척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 중앙사령부(CENTCOM)는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대(對)이란 해상 봉쇄 작전에 항공기 200여대와 항모 전단 2개를 포함한 함정이 동원돼 상업 선박 100척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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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2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세번째)을 포옹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AFP·연합
◇ 이란, 동결자산 250억달러 해제 요구…미국, 구체 계획 제시 안 해

타스님은 동결자산 해제가 MOU 타결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타스님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은 합의 첫 단계에서 특정 액수의 동결 자금이 해제되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없다"며 "이 레드라인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측이 제안한 초기 동결자산 해제 규모는 250억달러(37조85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총액을 약 1000억달러(151조4000억원)로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측이 현 단계에서 동결자산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막판 협상 중재에는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핵심 역할을 했으며,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 원수가 테헤란 방문을 마친 뒤 귀국했다. 오만은 카젬 가리바바디 외교차관 등 이란 대표단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원칙을 별도로 논의했다고 오만 국영통신 ONA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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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민들이 24일(현지시간) 테헤란 시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AP·연합
◇ 이스라엘·걸프국, 이란 전후 대담화 우려…최종 합의 난항 전망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란 정권이 수십억 달러를 받으면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보유한다면 재앙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합의가 이란을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 야망 측면에서 이란을 더 강한 위치에 놓는 합의에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NYT는 이란 지도부가 잠정 합의 조건을 대외적으로 승리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 제란마예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연구원은 NYT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쟁 전보다 강한 지정학적 패를 쥐게 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딜레마가 군사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WSJ는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이 이란이 종전 이후 더욱 대담해져 에너지 시설과 지역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설령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려면 2027년 1~2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아부다비국립석유회사(ADNOC) 수장이 지난주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커머더티 콘텍스트(Commodity Context)의 로리 존스턴 창업자는 "돌파구처럼 보이지만 이런 합의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고 세부 조항 해석을 놓고 항상 무너졌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이전에는 없던 지렛대를 쥐고 전후 체제에 들어서게 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적인 협상 카드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헬리어 연구원은 "걸프 아랍 국가들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이번 합의가 이란을 더 대담하게 만들어 중동 지역 질서에 더 골칫거리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디렉터는 "이번 사태를 미국의 패배 또는 이란의 승리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양측 모두에게 손해인 역학 구도로 변했고, 어느 쪽도 이번 합의로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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