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지연에 앞뒤 모두 막힌 ‘절차 병목’
“골든타임이 사라진다” 아이들 양육 문제
|
눈에 탁 걸린 숫자입니다. 공적입양체계 전환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이 제도안에서 가족의 품에 안긴 아동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어디에 있었고, 얼마나 자랐을까요?
현재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은 287명, 예비 양부모는 605가정입니다. 예상보다 양부모 가정이 많지만 연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청은 등기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기본교육은 월 2회에서 4회로 늘었습니다. 가정환경 조사 인력도 확충하겠다고 합니다. 심의도 월 1회에서 2회로 늘렸고요.
문제는 개선이 실제 변화를 만들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입양 관련 시민단체들은 결연 이후 첫 만남까지 민간에서는 1~2주면 가능했던 절차가 공적체계에서는 수개월이 걸리고, 심의 결과 전달도 여전히 등기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지연이 반복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기본교육에 231가정, 가정환경조사에 152가정이 대기 중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앞단에서 막히고, 뒤에서는 더 막히는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이는 가정조사를 끝낸 뒤에도 자격 심의만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일부 예비 부모들은 가정조사를 끝낸 이후에도 수개월씩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문제는 그 사이 아이들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이를 '국가가 빼앗은 시간'이라고 표현합니다. 생애 초기 안정적 애착 형성이 신경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시기에 부모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위해 애쓰죠. 그만큼 아이들에겐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어쩐 일인지 더디기만 합니다. 입양 논의가 '절차'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아이의 성장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죠. 공적입양체계는 도입됐지만, 국가책임은 여전히 '입양 성사' 지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불거진 '물량' '소진' 발언 논란도 상징적인 문제입니다. 입양아를 '처리 건수'로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죠.
입양 절차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중심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이제 국가는 입양아동들의 보호자로써 이들을 부모의 눈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입양은 서류가 아니라 삶입니다. 아이와 그 미래를 위해 보다 나은 제도와 방향, 속도가 달라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