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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20주기…다시 켜진 ‘미디어의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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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4. 09. 10:42

서울·용인·과천 잇단 전시…과거 실험에서 오늘의 디지털까지
백남준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이 1984년 NHK의 '일요 미술관'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백남준아트센터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흐름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오늘날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는 그의 사유를 다시 읽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리와인드 / 리피트(Rewind / Repeat)'다. 백남준 에스테이트(Estate)와 가고시안 갤러리가 협력해 마련한 이번 전시는 서울에서 25년 만에 이뤄진 본격 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다음 달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초기 설치 작업부터 말년 작품까지 총 11점을 선보이며,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압축적으로 조망한다. 1969년 퍼포먼스에서 처음 등장한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는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을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신체와 기술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주에 따라 화면이 변화하는 구조는 '전자기술의 인간화'라는 그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첼리스트이자 퍼포먼스 예술가인 샬럿 무어먼을 위해 만든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
첼리스트이자 퍼포먼스 예술가인 샬럿 무어먼을 위해 만든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 ⓒNam June Paik Estate /가고시안 갤러리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런던과 해외를 위하여(우편함)'는 실시간 방송을 송출하며 현재성을 유지하는 작품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백남준 특유의 시간 감각을 보여준다. '골드 TV 부처'는 금박 불상이 모니터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구조를 통해 명상과 미디어,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성찰하게 만든다. 관람객이 화면 속에 등장하는 순간 작품이 완성된다는 점에서 참여적 성격 또한 두드러진다.

이밖에도 빈티지 라디오를 결합한 '베이클라이트 로봇', 초기 설치작 '미디어 샌드위치' 등 다양한 매체 실험이 함께 소개된다. 음악과 조각, 퍼포먼스와 전자기술을 넘나드는 작업들은 백남준이 장르의 경계를 어떻게 확장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닉 시무노비치 가고시안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는 백남준의 선견지명을 강조했다. 그는 "백남준은 뉴욕 전화번호부 번호만큼 수많은 TV 채널이 생길 것이라 했다"며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나 틱톡 등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TV 채널을 갖고 있다. 그는 미래를 예견한 선지자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백남준 Rewind  Repeat 전시 전경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리와인드 / 리피트(Rewind / Repeat)' 전시 전경. /가고시안 갤러리
경기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한 '불연속의 접점들'이 진행 중이다. 전시는 1960~70년대 국제 미술 운동 '뉴 텐던시'에서 출발해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예술의 방법론으로 도입한 흐름을 짚으며, 백남준과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접점을 조명한다. 전시에는 크로아티아 작가 16명을 포함한 26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와 함께 백남준아트센터는 서거 20주기를 맞아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오는 7월에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백남준의 행성' 전시를 통해 1990년대 이후 전개된 행성 시리즈와 후기 작업 세계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전시와 연계한 퍼포먼스, 상영, 학술 프로그램은 물론 어린이·가족 대상 체험 프로그램 'NJP 어린이 행성', 신진 작가 상영 프로그램 'NJP 라운지' 등 관객 참여형 콘텐츠도 확대 운영한다.

센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백남준과 동시대 미디어 아트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형성한 실험과 예기치 않은 접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보다 확장된 맥락에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터 백남준아트센터
'불연속의 접점들'전시 포스터. /백남준아트센터
과천의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STILL LIVE - 살아 있는 시간'전은 동시대적 관점에서 그의 작업을 재해석한다. 핵심 협력자의 아카이브와 함께, 현대 작가들이 '참여 TV' 개념을 확장한 인터랙티브 작업을 선보여 관람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전시 기간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주제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돼,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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