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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총리, 16년 집권 종식…헝가리, ‘유럽의 길’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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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13. 06:08

야당 티서 136석 전망·개헌선 133석 가시권…투표율 77.8%
EU·독일·프랑스 환영…"헝가리, 유럽 선택" 외교 축 이동
동결 자금 180억유로 해제 및 우크라이나 지원 재개 전망...푸틴, 타격
Hungary Election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총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야당 티서(Tisza)가 압승을 거두며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이 붕괴 국면에 들어섰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 53.45% 상황에서 티서는 전체 199석 중 13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고, 오르반 총리는 개표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이번 결과가 유럽연합(EU)에 비판적이었던 헝가리의 정치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정권 교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헝가리 총선, 야당 티서 133석 초과 전망…개표 53.45%서 136석·투표율 77.8%

개표율 53.45% 기준 티서는 136석, 여당 피데스(Fidesz)는 56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6% 개표 기준 티서 137석·피데스 55석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으며, AP통신은 60% 개표 기준 득표율이 티서 52%·피데스 38%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표율이 마감 30분 전 기준 77.8%를 기록해 종전 최고였던 2002년 70.5%를 크게 웃돌았으며, 이는 1989년 민주화 이후 최고 수치라고 보도했다. 티서는 선거 전부터 사법·정치 시스템 개혁을 단독 추진할 수 있는 헌법 개정 기준선이자 '매직 넘버'인 133석 확보를 핵심 전략 목표로 제시해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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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 마자르 헝가리 티서 대표가 12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총선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AFP·연합
◇ 오르반 "고통스럽지만 명확"…개표 절반서 패배 인정...16년만 정권 교체

오르반 총리는 이날 저녁 부다페스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고통스럽지만 명확하다"며 "통치의 책임과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승리한 정당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며 패배를 공식 인정하면서도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페테르 마자르 티서 대표(45)는 같은 시각 페이스북에 "오르반 총리가 전화로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줬다"고 게시했으며, 티서 지지자들이 운집한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변에서는 "감사합니다, 헝가리!"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반면 피데스 지지자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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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야당 티서 지지자들이 12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의 의사당 건너편 다뉴브 강변에서 페테르 마자르 대표를 기다리면서 헝가리 국기를 흔들고 있다./로이터·연합
◇ 유럽 정상 일제 환영…"헝가리가 유럽을 선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오늘 밤 유럽의 심장이 헝가리에서 더 강하게 뛰고 있다. 헝가리가 유럽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엑스를 통해 마자르 대표에게 "강하고 안전하며, 특히 단결된 유럽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한델스블라트는 이를 향후 독일-헝가리 양자 협력과 EU 통합 복원의 신호탄으로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마자르 대표와 통화 후 "민주적 참여의 승리이자 EU 가치에 대한 헝가리 국민의 애착"이라고 말했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헝가리 역사의 새 장"이라고 평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마자르, 전직 측근에서 '개혁 상징'으로…부패 척결·사법 독립 핵심 공약

로이터에 따르면 1981년생인 마자르 대표는 법조인 가문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한 뒤 헝가리 외교부에서 EU 입법 업무를 담당했으며, 귀국 후 국책은행과 학자금대출기관 수장을 역임했다. 그는 2024년 자신의 전처이자 오르반 정부 전 법무장관이 성범죄 사면 파문으로 사임한 직후 피데스와 결별해 부패를 공개 비판하며 정치 전면에 등장했고, 같은 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티서를 이끌어 30% 득표로 피데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델스블라트는 마자르 대표가 선거 운동 과정에서 피데스의 반(反)이민 기조와 국경 장벽 유지 방침은 수용하면서도 사법 독립 회복·EU 관계 정상화·반부패를 전면에 내세워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이탈시키지 않는 신중한 접근을 구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마자르 대표가 투표 당일 "이번 선거는 동과 서, 선전과 정직한 공론, 부패와 청렴한 공공 생활 사이의 선택"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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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야당 티서 지지자들이 12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의 의사당 건너편 다뉴브 강변에서 총선 승리를 축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AFP·연
◇ 오르반 16년 유산…사법 장악·언론 통제·對러 밀착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 이후 2011년 헌법 개정과 수백 건 법률 변경을 통해 정치·사법·언론 구조를 재편했으며, 수백 명의 판사를 조기 퇴직시키고, 선거구 재획정과 해외 거주 헝가리계 유권자 등록 확대로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구조를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AP가 전했다.

NYT는 오르반 총리가 '비자유 민주주의' 모델을 구축하며 글로벌 우파 정치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고, 헝가리가 2019년 '자유의 집(Freedom House)' 평가에서 EU 회원국 최초로 '자유(free)'에서 '부분적 자유(partly free)'로 강등됐다고 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를 통해 에너지 협력을 지속하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對)러 제재에서 EU 내 반대 축 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EU 회의 내용을 러시아 정부와 공유한 헝가리 외무장관 녹취록이 공개되는 등 스파이 의혹이 불거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고 보도했다.

EU는 법치주의 훼손을 이유로 헝가리에 배정된 지원금을 수년간 동결해왔으며, 규모는 약 180억유로로 헝가리 국내총생산(GDP)의 약 8%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 동결 자금 180억유로의 귀환…유로화 도입 논의 가시화 주목

블룸버그는 정권 교체 기대를 반영해 헝가리 포린트(Forint)화 가치가 유로화 대비 약 1% 상승하고, 국채 가격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마자르 집권 시 동결된 약 180억유로의 EU 기금 해제와 함께 오르반 총리가 차단해온 우크라이나 대상 EU 대출 900억유로 집행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EU 자금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3년째 정체 중인 헝가리의 침체된 경제에 대한 투자 확대와 재정 안정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오르반 정부가 줄곧 거부해 온 유로화 도입 논의까지 가시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오르반 총리의 패배가 그를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며 특히 오르반 총리 퇴진으로 푸틴이 EU 내 핵심 우군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AP는 피데스와 티서 양측 모두 선거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일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에버딘의 빅토르 사보 신흥시장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EU 자금이 풀리면 수년간 취약했던 헝가리 투자와 정부 재정에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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