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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슈]日닛산, 대형 미니밴 도심 ‘손떼기 주행’ 승부수…현대차·기아엔 뼈아픈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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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4. 14. 11:18

엘그랜드 27년도 AI주행기술 첫 탑재…기아 SDV 로드맵보다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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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자동차의 대형미니밴 '엘그랜드' /이미지= 니산 자동차 홈페이지 캡쳐
닛산자동차가 대형 미니밴 '엘그랜드' 신형 모델에 도심에서도 운전자가 손을 뗄 수 있는 주행지원 기술을 2027년도부터 처음 탑재하기로 하면서, 한일 자동차 경쟁의 전장이 전기차를 넘어 AI 주행 상용화로 옮겨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닛산이 인공지능(AI)이 도로 상황과 주변 흐름을 판단해 시가지에서도 '핸즈오프(손떼기)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신기술을 엘그랜드에 도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닛산은 이를 통해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일본 내수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엘그랜드는 닛산의 대표 대형 미니밴이지만, 최근 일본 미니밴 시장에서는 도요타 '알파드' 등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닛산은 올여름 엘그랜드를 전면 개량한 뒤, 2027년도에 도심 핸즈오프 기능을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기존 닛산의 운전지원 기술 '프로파일럿'이 고속도로 등 제한된 구간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도심으로 무대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닛산은 이를 위해 영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웨이브 테크놀로지스와 협업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닛산이 이미 웨이브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운전지원 시스템 시험에 들어갔고, 일본에서 2027 회계연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보다 무서운 승부는 '도심 AI주행'
이번 움직임이 한국 자동차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기아는 지난 9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첫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출시 시점을 2028년으로 1년 늦췄고, 이 차량에는 고속도로용 반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도심 주행이 가능한 더 진전된 단계의 차량은 2029년 초에 준비하겠다고 제시했다.

일정만 놓고 보면 닛산이 일본 내수용 대형 미니밴을 앞세워 도심 핸즈오프 상용화 시계를 더 먼저 당긴 셈이다. 로이터는 현대차·기아가 자율주행 기술과 다른 소프트웨어 기능에서 테슬라와 중국 경쟁사들에 뒤처진 그룹으로 여겨진다고도 평가했다.

물론 닛산의 이번 기술이 완전자율주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 개입을 전제로 한 고도 운전지원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분명하다. 도심 주행은 고속도로보다 변수와 돌발 상황이 훨씬 많고, 여기서 먼저 데이터를 쌓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업체가 향후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닛산이 엘그랜드 같은 대형 미니밴을 실험장이 아니라 실제 상품으로 내세운 것도 단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시장 선점 의도를 드러낸 행보다.

결국 닛산의 승부수는 일본차의 반격이자 한국차 업계에는 부담으로 읽힌다.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와 가격이 승부처였다면, 다음 단계는 도심 AI 주행의 상용화 속도와 축적 데이터, 그리고 이를 묶는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아가 2028년·2029년 일정을 제시한 상황에서 닛산이 2027년도 도심 핸즈오프 도입을 내건 것은 현대차·기아가 더 이상 전동화 성과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신호다. AI 주행차 경쟁에서 한 번 밀리면 차를 잘 만드는 제조업체를 넘어 미래차 플랫폼 주도권 자체를 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닛산 발표는 한국차 업계에 적지 않은 경고가 되고 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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