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협상 결렬…공급충격→물가·금융 전이
장기화 시 성장 2%·물가 6%…금융 취약·비대칭 하방 리스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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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전쟁의 그림자 속 세계 경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지역 핵심 에너지 시설 피해가 원자재 가격 충격·연쇄적인 임금 및 물가 상승·금융시장 위험 프리미엄 재조정(risk repricing)라는 3중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심각(severe)'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2% 수준으로 추락하고, 2027년 물가는 6%를 초과해, 1980년 이후 4차례에 불과한 이례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 IMF, 세계 성장률 3.1%로 하향…전쟁 충격에 3.4%→3.1%
IMF는 이번 WEO에서 이란 전쟁이 없었다면 올해 세계성장률을 1월 전망(3.3%) 대비 0.1%p 높인 3.4%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전으로 실제 '기준 시나리오'가 3.1%로 결정되면서, 전쟁 발발 이전 예상치(3.4%) 대비 0.3%p의 하락분이 발생했다고 IMF는 분석했다.
기술 관련 투자 붐·무역 정책 긴장 완화·일부 국가의 재정 지원·완화적 금융 환경이 복합적인 상방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지역 석유·가스 공급의 핵심 거점 피해가 상방 요인을 압도했다는 진단이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WEO 서문에서 "중동 전쟁이 이 같은 순풍을 압도하고 있다"며 "충
격의 궁극적 규모는 분쟁의 기간과 범위, 그리고 적대 행위 종료 후 에너지 생산과 수송이 정상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미국 간 종전 협상 결렬과 미국의 대응적 해상 봉쇄 조치는 악화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 이후 유가 움직임에 대해 "우리를 악화 시나리오에 더 가깝게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됐다"며 "이란·미국 간 협상 실패와 미국의 봉쇄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안에 더 많은 원유를 가두고 시장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이번 WEO 기준 시나리오의 전제가 3월 10일 기준 원자재 선물 가격에 근거한다면서 "일시적 휴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일부 피해는 이미 발생했고, 하방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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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가 전한 '호르무즈 병목 추적기'에 따르면 2월 22일을 기점으로 해협을 빠져나가는 선박 수는 하루 100척 수준에서 14일 현재 한 자릿수로 급감했고, 걸프만 진입 선박 역시 60척 안팎에서 0에 근접한 수준으로 급락했다.
걸프 지역의 주간 원유 예약 물량도 1월 고점 대비 3월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체 수송 경로인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은 주간 허용 용량 한계에 이미 도달해 공급 우회 경로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경유 물량도 소폭 증가에 그쳐 대체 공급 능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물류 붕괴는 유가로 전이돼 브렌트유가 개전 이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100달러선을 넘어섰으며, 협상 결렬 이후 추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날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고 FT는 전했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비료 가격 상승분의 약 50%가 12개월 후 식품 가격 상승으로 전이된다며 식량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충격의 2차 파급 경로로 현실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 공급 충격 3중 경로…물가·임금·금융 동시 압박
IMF는 이란 전쟁 충격이 3개의 경로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경제에 파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원유·가스 가격 상승이 가져오는 부정적 공급 충격으로, 비료·식품·운송·난방 등 에너지 집약적 재화와 서비스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공급망을 교란하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구매력을 잠식한다. IMF는 세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지난해 4.1%에서 올해 4.4%로 상향했으며, 선진국 2.8%·신흥국 5.5%의 이중 구조를 제시했다.
다음은 기업과 노동자가 소득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가격과 임금을 동시에 올리면서 발생하는 임금·물가 연쇄 상승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하게 고정된 국가일수록 위험이 커지며, 이 경우 중앙은행이 더 강한 긴축으로 대응해야 해 경제적 비용이 증폭된다.
셋째는 거시경제 불안정 우려가 자산 가격 하락·위험 프리미엄 상승·자본 유출·달러 강세를 동시에 촉발하는 금융시장의 위험 재조정 국면이다. 이 경로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 여건이 급격히 긴축되면서 총수요가 위축된다. IMF는 3개 경로가 병렬적으로 강화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피해가 국가별로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 시나리오별 세계 성장률 3.1%→2.5%→2%…"2%대, 1980년 이후 4차례 저성장"
IMF는 이번 WEO에서 상황의 유동성을 감안해 전통적 단일 기준 전망 대신 '기준(reference)·악화(adverse)·심각(severe)'의 3단계 시나리오를 병렬 제시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이란 전쟁이 2026년 중반까지 종료되고 에너지 가격이 약 19% 상승하는 데 그친다는 가정 하에 성장 3.1%·물가 4.4%를 전망했다.
악화 시나리오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성장이 2.5%로 하락하고, 물가가 5.4%까지 상승하며, 이 시나리오에서 유가는 2027년 75달러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했다. FT는 이 경우 세계성장률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내년에는 125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의 탈고정(상승)이 뚜렷해지고, 금융 여건이 급격히 긴축된다는 전제 하에, 성장률이 2%로 추락하고 2027년 물가는 6%를 초과한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2% 성장은 1980년 이후 4차례에 불과한 수준이며, 그중 두 번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였다"며 "이 수준에서는 빈곤 인구·거시경제 불안정·식량 불안 등 모든 지표에서 더 나쁜 결과를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IMF가 제시한 심각 시나리오가 IMF 자체 정의의 글로벌 경기침체(성장률 2% 미만) 문턱에 사실상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쟁 장기화가 초래하는 '심각한 경기 둔화(deep downturn)'를 IMF가 경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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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이번 충격의 국가별 영향이 구조적으로 극명히 갈린다고 밝혔다. 에너지 순(純) 수출국인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1월 전망 대비 0.1%p 낮아진 2.3%로 소폭 조정에 그쳤으며, 내년 전망은 오히려 0.1%p 높아진 2.1%로 상향됐다. 이란 전쟁의 영향이 에너지 수출 구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누적된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을 안고 있는 유로존은 올해 1.1%로 1월보다 0.2%p 낮아졌고, 중국은 올해 4.4%에서 내년 0.4%p 하락한 4.0%로 전망됐다. 한국(1.9%)과 일본(0.7%)은 1월 전망치와 동일하게 유지됐다.
이란 전쟁의 직격탄은 중동 산유국들에 가장 혹독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1월의 4.5%에서 3.1%로 1.4%p 급락했으며,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의 2026년 성장률은 전년(2025년) 3.6%에서 1.9%로 2%p 가까이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FT가 전했다.
신흥 시장 및 개발도상국(EMDEs) 전체는 1월 전망 대비 0.3%p 내린 3.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신흥·개도국에 대한 충격이 선진국에 비해 거의 2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FT는 일부 최빈국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과 비료·식품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전쟁이 이란 자체와 걸프 복수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에 급격한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IMF "시장 과도 낙관"…차환·비은행 레버리지 취약성 경고
IMF는 이란 전쟁 충격과 별도로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IMF는 시장이 이란 전쟁의 긍정적 해결을 과도하게 낙관하면서 내재 취약성을 과소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비아스 에이드리언 IMF 통화·자본시장 국장 은 FT에 "시장이 낙관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며 일시 휴전 이후 주식·채권 시장에서 '매우 뚜렷한 반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국장은 이를 단기 종전 기대에 따른 '롱 포지션(매수 포지션) 축소 압박(squeeze of long investor positioning)'에 가깝다고 진단하며, 전쟁 장기화 시 비대칭적으로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처음 공격한 2월 28일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한 상태다.
구조적 금융 취약 요인으로는 정부의 단기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차환 위험(rollover risk) 확대, 비은행금융중개기관(NBFIs)과
상장지수펀드(ETF)의 레버리지 누적, 사모 신용 부실화 가능성, 은행과 비은행 간 상호 연계성 심화가 지목됐다.
IMF 집행이사회는 6일 논의에서 "재정 적자 확대와 공공부채 증가가 장기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해 금융 여건을 더욱 긴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는 IMF가 채권 변동성·부채 증가 외에도 사모 신용 부실을 추가적인 금융 안정 리스크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에이전틱 인공지능(Agentic AI) 등 기술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재평가될 경우 투자 급감과 금융시장의 급격한 조정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별도 하방 변수로 제시됐다.
IMF 집행이사회는 이를 지정학적 충격과는 구분되는 독립적 금융 리스크로 규정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와 통화정책 신뢰도 훼손이 에너지 충격과 맞물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의 탈고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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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이란 전쟁 이후의 통화·재정 정책 대응 원칙으로 상황에 따른 단계적인(graduated and state-contingent) 대응 틀을 핵심 처방으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고 통화정책 기조가 이미 적절히 조정된 상태라면, 중앙은행은 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하고 정책 대응을 유보하는 선택지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기·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방으로 이탈하는 순간에는 물가 안정이 단기 성장보다 우선돼야 하며, 이때는 신속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IMF는 진단했다.
IMF 집행이사회는 "충격이 일시적이고 통화정책 기조가 적절하다면 대응을 유보하는 선택지를 보유해야 한다"면서도 "중앙은행 독립성과 투명한 소통이 신뢰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유연성은 통화정책이 물가 안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완충 수단으로 제시됐으며, 급격하고 무질서한 환율 변동이 임박한 경우 일시적 외환 시장 개입과 자본 흐름 관리 조치도 통합정책 프레임워크 틀 내에서 허용 가능하다고 IMF는 밝혔다.
재정 정책에 대해선 에너지 가격 상한제·보조금 등 비(非)표적 조치를 강하게 배격했다. IMF는 이 같은 조치들이 "에너지 희소성이라는 시장 신호를 차단할 수 없고, 오히려 보조금 지급 외 경로에서 에너지 가격을 더 끌어올리거나 배급 제한을 초래해 타국에 부정적 외부효과를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취약계층을 겨냥한 직접 이전 방식이 더 낮은 재정 비용으로 더 큰 구제 효과를 낸다면서 지원이 불가피할 경우 명확한 일몰 조항 설정과 중기 재정 계획과의 정합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IMF가 인플레이션 상승 국면에서 재정 부양책을 피해야 중앙은행의 역할이 복잡해지지 않는다고 제언했다고 전했다.
◇ 다극화 속 파편화…"호르무즈 재개방이 피해 제한 핵심"
IMF는 이번 이란 전쟁이 글로벌 질서 변화와 맞물려 세계 경제 구조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동맹 약화와 신규 분쟁 확대, 국가 안보 논리가 경제 정책을 지배하는 흐름 속에서 세계 경제는 다극화로 이행하고 있으며, 주요 경제 블록 모두가 무역 제한을 부과하는 흐름이 국제 협력과 성장을 훼손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IMF는 이번 WEO 특별 분석에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의 지리적 집중도가 높고, 녹색·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만큼, 공급망 분쟁의 또 다른 마찰 지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희토류 공급 교란에 따른 산출 손실이 상당하며, 일방적 산업 정책보다 다자간 조정이 더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밝혔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가 더 다극화되더라도 반드시 더 파편화될 필요는 없다"며 "신속한 적대 행위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올바른 정책 대응이 이루어진다면 피해는 제한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전쟁과 대파괴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IMF의 경제·금융 협력 정신이 지금보다 더 절실히 요구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