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규제 피해 ‘유사 니코틴’으로…청소년, 흡연에 더 쉽게 노출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15010004721

글자크기

닫기

김태훈 기자 | 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4. 16. 05:00

24일 담배사업법 개정…기준은 ‘니코틴’ 한정
규제 강화 이후 유사 니코틴으로… ‘풍선효과’ 우려
무인 판매점·온라인, 청소년 접근 차단 장치 미흡
유사 니코틴, 세포 독성·중독 가능성 등 건강 위험성
clip20260415140958
무인 전자담배 매장. /김태훈 기자
제주시내 한 중학교 교사 강모씨(27)는 최근 전자담배를 소지한 학생을 적발했다. 학생은 "액상에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이라 담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흡연 행위 자체가 교칙에 어긋난다고 지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니코틴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같은 지역 고등학교 교사 신모씨(27)도 현장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신씨는 "유사 니코틴·무니코틴 제품은 모두 전자담배 기기에 장착해 사용하는 방식이라 흡연하는 학생들이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초는 냄새로라도 적발 가능한데 일부 전자담배는 냄새가 없는 제품도 많아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규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는 24일 개정되는 담배사업법은 기존 '연초'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궐련형 중심이던 규제를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넓힌 조치다. 다만 니코틴을 포함하지 않거나 구조가 유사한 물질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메틸니코틴 등 이른바 '유사 니코틴'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에 청소년 사이에서 이들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에 비해 구매가 쉽다는 점도 사각지대를 키운다.

15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는 니코틴 제품뿐 아니라 무니코틴, 유사 니코틴으로 표시된 액상 제품이 함께 진열돼 있었다. 매장에는 '타인의 신분증 도용 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을 뿐 실질적인 확인 절차는 없었다. 신분증을 기기에 인식시키는 것만으로 구매가 가능했다. 실제 구매자와 신분증 명의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소년이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더라도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는 구조다.

온라인 유통은 이보다 더 느슨하다. 텔레그램과 SNS를 중심으로 '무니코틴' ,'향료 제품' 등으로 표시된 판매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니코틴 없어 피우면서도 금연 가능'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접촉해 보니 연령 확인 절차, 성분에 대한 위험 경고 없이 바로 가격 안내가 시작됐다. 수도권은 택배로 하루 만에 배송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문제는 유사 니코틴이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 구조를 갖고 있어 체내에서 비슷한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 물질인 메틸니코틴은 니코틴보다 낮은 농도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Toxicology Letter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 유사 니코틴 물질인 '6-메틸니코틴(6-MN)'을 포함한 전자담배 액상은 인체 기관지 상피세포에서 니코틴보다 더 많은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세포 독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럽 담배연구협의체 CORESTA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서도 메틸니코틴이 니코틴 수용체에 대해 더 높은 결합 친화도와 효능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는 동일한 양으로도 니코틴보다 더 강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중독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무니코틴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3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된 액상 전자담배 15종 가운데 '무니코틴' 표시 제품 7종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서는 메틸니코틴 등 유사 니코틴 성분도 함께 확인됐다. 이름과 달리 실제 성분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은 셈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규제가 시행되면 니코틴 제품은 세금이 붙으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반면, 유사 니코틴 제품은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쉽게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업계 역시 규제를 받는 제품보다 규제 밖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화학물질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일일이 뒤쫓아 규제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니코틴 여부가 아니라 유사 흡연 행위 전체를 포괄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김홍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