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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만 피면 다행”...전담 통해 손쉽게 ‘마약’하는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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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 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4. 16. 04:30

청소년 마약 중심된 전자담배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특정 액상만 규제
기기와 유사 용액은 무분별한 판매 가능
오히려 '음지' 구매 부추겨…마약에 노출 우려
전문가 "조기에 전담 자체의 허들 높여야"
전자담배
#지난해 2월 2일 밤 11시.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재학 중이었던 A양(17)은 일회성 만남 어플을 통해 성인 남성인 B씨에게 "드라이브 가자"라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경계심이 들었지만, 친절한 태도와 "액상 맛있는 게 있는데, 함께 피자"라는 말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이전에도 몰래 전자담배를 사용해왔던 A양은 곧바로 구로구 한 도로에서 B씨를 만나 차에 올랐다. 이어 B씨는 "깊게 빨면 도파민이 터지는 담배"라며 전자담배를 건넸다. 왕복 8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차 안에서 A양은 평소대로 이를 흡입했다. 미성년자였던 A양이 처음으로 마약(합성대마)을 접한 순간이었다.

담배만 피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마약류 유통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 사회에도 스며들고 있다. 특히 기존에도 청소년 접근성이 높았던 전자담배가 마약 매개체의 주류로 급부상 중이다. 흡연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미성숙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마약 역시 단순 '일탈' 수준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이달 정부가 시행할 예정인 담배사업법 개정안 역시 합성니코틴으로 과세 항목을 확대했을 뿐, 전자담배에 대한 청소년의 진입을 막기 위한 방안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수는 132명으로 전년 동기(85명) 대비 55% 증가했다. 연간 미성년 마약 사범은 2020년 313명에서 2023년 1477명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가 2024년 649명으로 감소했다. 당시 수사당국이 가상화폐와 SNS를 통한 마약 유통을 집중 단속한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 674명으로 늘은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의 마약 유통이 성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전자담배 형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따르면, 마약류 전자담배와 액상형 압수품은 2022년 1870건에서 2023년 3713명, 2024년 5378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여기서 전자담배는 용액이 포함된 카트리지(기기에 끼워 흡입할 수 있는 장치)이고, 액상형은 카트리지 충진용 액체를 별도 용기에 담아 놓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형태의 마약은 특히 청소년 나이대에서 두드러진다. 2024년 10대 피의자들의 마약류 압수품은 모두 506건이었는데, 이 중 전자담배와 액상형이 모두 146건으로 가장 많았다. 고전적 형태인 분말(122건)과 주사기(38건)을 뛰어넘으면서 청소년 마약 범죄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는 전자담배에 대한 청소년 접근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담배는 그 특성상 관련 기기만 보유하고 있으면 카트리지에 용액을 마음대로 혼합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전자담배 기기와 그 액상은 규제망에서 벗어나 있어, 무인판매점과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신분증 등에 대한 별다른 검사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연초보다 구하기 쉬운 전자담배로 눈을 돌렸다. 전자담배에 대한 청소년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마약 접근성도 함께 높아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기존 분말 등 형태에 비해 단속이 어려워 마약 범죄 암수율(드러나지 않는 비율)도 더욱 높아질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마약 유통책들이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취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3년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합성대마를 구매한 마약 사범 4명이 공모해 미성년자 6명에게 일반 전자담배로 속여 판매하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먼저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흡입하게 한 후 중독시켜 지속적인 수입원을 얻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합성대마 등은 외형상 전자담배로 니코틴을 흡연하는 형태와 유사해 청소년의 담배에 대한 호기심과 같은 결에서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대마와 같은 마약 특유의 연기나 냄새 없이 흡입할 수 있어 단속이나 부모의 눈을 피하기 쉬운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합성니코틴(전자담배 액상)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정작 마약 매개체로 활용되는 전자기기나 그 외 용매는 규제에 포함하지 않았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은 별다른 성인 인증 없이 손쉽게 기기를 얻을 수 있다. 도리어 청소년들이 규제를 피해 음지에서 관련 용액을 구매하게끔 유도할 위험만 큰 것이다. 송기민 한양대 보건학과 교수는 "국가가 나서서 청소년기 전자담배 자체에 대한 진입장벽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가격을 높이거나 판매 구조를 강화하는 등 세부적인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재활중독상담학과 교수는 "10대 청소년은 마약 장기 복용률이 낮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학교 등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조기에 심리적 허들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찬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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