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가격 낮출 수 있는 환경 조성, 세제 혜택 등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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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공연계를 대표하는 흥행 사례는 해외 라이선스 대작들이다. '위키드'는 서울 공연 이후 지방으로 무대를 옮기며 안정적인 관객을 끌어모았고, '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대형 극장을 중심으로 흥행 흐름을 이어갔다. 두 작품 모두 해외에서 검증된 콘텐츠로, 대규모 제작비와 화려한 무대를 앞세운 '블록버스터형 공연'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이 시장 전반의 건강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 공연 몇 편이 매출을 끌어올리는 동안 그 외 다수의 공연은 관객과 자본에서 소외되고 있다. 뮤지컬 '프로즌' '디어 에반 핸슨' '오페라의 유령' 등 이미 흥행이 입증된 글로벌 콘텐츠가 올 하반기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작품이 대형 무대에 진입할 여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5년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1조 7326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공연 규모는 확대됐지만 현장에서는 수요가 일부 대형 공연에 집중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티켓 가격 상승과 맞물리며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대형 뮤지컬의 경우 VIP석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흥행에는 큰 지장을 미치지 않는다. 관객이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소비는 점점 제한된 작품으로 쏠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 제작사들은 투자와 관객이 대형 공연으로 집중되면서 기획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창작진 역시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같은 어려움은 제작 환경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신작이나 실험극은 투자 유치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짧은 공연 기간과 낮은 관객 점유율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대극장은 검증된 작품 위주로 편성되는 반면 소극장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연 시장의 외형적 성장과 생태계의 건강성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전체 공연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장이 일부 대형 작품에 집중된 구조라면 장기적으로는 다양성과 창작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흥행이 검증된 콘텐츠에 대한 의존이 지속될수록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고 성장할 토대는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 공연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작품이 성장하고 유통될 수 있는 단계별 지원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창작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품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 극장의 역할을 확대하고, 중소극장과 창작진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을 공연 산업의 구조적 속성으로 진단했다. 원 평론가는 "관객은 높은 티켓 가격을 지불하는 만큼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검증된 작품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쏠림을 완화하려면 정부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제 혜택이나 제작 환경 개선 등을 통해 가격 부담이 완화되면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더 많은 관객이 유입되면서 다양한 작품이 생존할 여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평론가는 창작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로 수도권 집중을 지적했다. 그는 "지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검증한 뒤 확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창작자뿐 아니라 제작자와 기획자까지 아우르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회복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