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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테크 쇼크 2.0’ 확산...무역·R&D 결합 속 글로벌 제조·과학 질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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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15. 14:56

가격 붕괴·내권 경쟁 확산…EV 공급망 전반 압박
무역흑자 1조달러…수출 구조 변화
R&D 역전·민군융합 확대…서방 대응 제약
CHINA-SPAIN/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4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스페인 정부 제공·로이터·연합
중국이 전기차(EV)·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차이나 쇼크 2.0'을 촉발하며 글로벌 제조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격 파괴와 과잉생산, 연구개발(R&D) 지출 역전이 결합하며 산업 경쟁력과 과학 리더십이 이동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부 수요 의존이 커지고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리는 가운데 서방의 대응 역량과 정책 선택지도 함께 좁아지고 있다.

◇ 내권 경쟁 심화…200위안 센서 10위안으로·EV 공급망 가격 압박

중국 내부 '내권(內卷·neijuan)' 경쟁이 첨단 부품 시장의 가격 체계를 붕괴시키며 글로벌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메가센웨이(Mega-Senway)의 전기차 충전 안전 센서는 독일·스위스 업체들이 200위안(4만3200원) 이상에 판매하던 제품이었으나, 현재 일부 제품은 개당 10위안(2160원)까지 하락했으며, 초기 생산비 40위안(8600원)·판매가 100위안(2만1600원)의 수익 구조도 이미 무너졌다.

황시안 메가센웨이 대표는 해당 센서 출하량이 2019년 약 2만개에서 올해 1000만개로 급증했지만 "이 상황은 건강하지 않다"며 '악성 경쟁(malignant competition)'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EV 업체 비야디(BYD)의 차량당 평균 판매 가격은 2021년 14만3100위안(3100만원)에서 지난해 11만9223위안(2580만원)으로 내렸고, 프리미엄 EV 브랜드 니오(Nio)는 2018년 출시 이후 플래그십 ES8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을 약 20% 인하했다.

윌리엄 리 니오 최고경영자(CEO)는 1세대 ES8의 차체 구조에 97.4%의 알루미늄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더 적은 알루미늄으로 동일한 강도를 구현하고, 반도체 등 일부 부품의 내재화를 추진했으며 한때 독일에서 수입하던 에어 서스펜션도 국내 부품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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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야디(BYD) 전기자동차(EV)들이 2025년 4월 27일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타이창(太倉)항에서 브라질로 출항할 자동차 운반선 BYD '선전호'에 실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AFP·연합
◇ 수출 확대 지속…무역흑자 1조달러·지역별 수출 흐름 분화

중국의 상품 무역흑자는 2025년 1조달러를 돌파했고, 2026년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21.1%, 동남아시아 수출이 20.5% 각각 증가한 반면, 대(對)미국 수출은 감소해 지역별 수출 흐름이 분화되는 양상이다.

배터리 수출은 2018년 약 30억달러에서 2025년 약 350억달러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전기차 수출도 같은 기간 약 10억달러에서 280억달러로 확대됐다. 중국 체리자동차의 '재쿠(Jaecoo) 7' SUV는 2만9000파운드(5800만원)의 시작 가격으로 지난 3월 영국에서 월간 최다 판매 차종이 됐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높은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구조를 가진 유럽 주요국은 특히 취약한 위치에 있으며, 1차 '차이나 쇼크'와 달리 이번엔 자동차·기계 등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직격을 받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품질 중국 제품의 쇄도가 유럽 제조업에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 위안화 16% 저평가·5개년 계획 확대…과잉생산 구조 지속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이 약 16% 저평가돼 있다고 추산하며 이것이 중국 수출업체들의 경쟁 우위를 구조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7%를 기록했으며, 당국은 국영은행을 통한 복잡한 '그림자 외환보유고' 구조로 위안화 절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 부동산 침체와 취약한 사회 안전망이 소비 지출을 억제하면서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제로(0)를 기록했고, 외부 수요 의존도가 더 커졌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공식 발표한 2026~2030년 5개년 계획에서 바이오 제조부터 로봇 공학까지 국가 지원을 대폭 강화했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대변인 리차오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150개 이상이며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데이터 플랫폼 치차차(Qichacha)는 사명이나 사업 범위에 '로봇'이 포함된 중국 기업이 120만개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딥시크
2025년 5월 4일 중국 동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기술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AI 모델 '딥시크(DeepSeek)'를 작동해 보고 있다./신화·연합
◇ R&D 지출 미국 첫 추월·딥시크 등장…과학 리더십 이동 조짐

중국의 R&D 지출은 2007년에서 2023년 사이 6배 증가해 EU를 추월했으며, 2024년에는 1조300억달러로 미국(1조100억달러)을 처음 앞질렀다고 FT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이공계(STEM) 졸업자를 360만명 배출했는데, 이는 인도(260만명)와 미국(100만명 미만)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저비용 AI 모델 딥시크(DeepSeek)는 지난해 1월 갑작스럽게 등장해 미국의 기술 우위에 도전하며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을 수십억 달러 단위로 증발시켰고, 개발진은 미국 스탠퍼드나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아닌 저장(浙江)대와 칭화(淸華)대 출신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케리 브라운 라우차이나연구소(Lau China Institute) 소장은 "중국의 과학적 부상은 아직 대부분 주목받지 못한 채 진행 중"이라며, 중국이 타인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국가라는 인식은 이미 구시대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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