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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 흐른 지금, 발전 5사를 다시 합쳐야 규모의 경제로 전력산업의 효율이 극대화하고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가 다시 조직개편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통합의 과정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왜 다시 합쳐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할 명확한 전력산업의 거버넌스다. 5개 발전사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중복돼 난립하거나, 재원이 부족해 신사업의 동력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다시 거대 공기업이 출현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날 것이고 석탄 발전의 일몰과 재생에너지로의 원활한 전환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다만, 과거 발전공기업의 분리 방식이 시장원리가 가동되기에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는 점과, 충격을 감안하고 다시 합쳐야 할 만큼 공공성이 훼손된 적이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분할 이전의 한전이 지금보다 공공성을 더 이행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또 발전 5사의 경쟁이 전력공급과 전기요금을 안정화했고, 지역경제와 재생에너지의 활성화에 보탬이 됐다는 점 역시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통합해야 한다면 우리의 공공부문이 에너지 대전환을 시작할 역량과 준비가 돼 있는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던 독점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을 대안은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실패에서 교훈을 찾는 과정 없이는 25년 전 과거로의 회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의 통합 준비는 초고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속철도의 사정과도 유사하다. 대통령의 합치라는 말 한마디에 왜 에스알을 분리했는지 따져볼 것 없이 '일단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코레일의 방만 경영과 철도파업의 대책은 없고, 좌석 확대와 요금 인하라는 통합의 명분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에 희석되는 중이다. 사회적 보호 의무를 지니는 공공의 영역을 다시 뜯어 조립하는 일이 목적이 될 때, 국민에게 얼마나 독이 될 수 있는지 발전공기업 통합 과정에서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
통합된 발전공기업의 한전 울타리는 조직 간 칸막이를 없애 재생에너지 사업으로의 인력과 재무 순환을 원활히 할 수 있겠지만, 거대 공기업을 만들면 글로벌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다. 유럽의 글로벌 기업 한 곳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재생에너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걸음마 단계인 발전 기술을 민간과의 협업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통합의 방법이 아니라, 경제의 동력을 잃게 될 지역사회, 낙도나 산촌으로 분산될 재생에너지 발전 근로자, 안정적인 전력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국민을 설득할 통합의 판단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