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등급으로 일선서 성과 구분
서장 보고·대내외 협력도 평가
"직원들, 벌써부터 예민" 우려 제기
'정보 독점' 우려하는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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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아시아투데이가 단독으로 입수한 정보경찰 관련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상대평가 등급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정보경찰 성과 지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SRI·자체 발굴·범죄 첩보 등 치안 정보 분석 성과 등을 토대로 일선 경찰서에 '가'부터 '라'까지 등급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SRI(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는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등 상급 기관이 특정 사안이나 이슈를 놓고 현장 분위기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하급 기관에 내려보내는 체계를 말한다.
서울청 역시 새 지표를 기준으로 관내 31개 경찰서를 가(11개서)·나(11개서)·다(6개서)·라(3개서)로 구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각 경찰서의 등급은 소속 정보관들의 평균 점수로 결정된다. 실적이 좋은 일부 직원이 평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동시에 기본 건수나 점수를 채우지 못한 일부가 소속 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 정보 활동과 대내외 협력 활동 항목도 신설돼 지표에 반영될 예정이다. 현장 정보 활동의 경우 매주 1회 정보과장이 서장에게 보고한 정보 수집 결과를 의미한다. 경찰은 현재 각 서 정보과장이 서장의 '치안 정책 추진 특별 참모' 역할을 해야 한다며 '치안 동향' '지휘부 관심사' 등 수집 정보에 대한 주 1회 서장 대면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내외 협력 활동은 상대평가 전환에 따른 정보관의 개인주의·성과주의 매몰이 우려된다며 정보관 간의 협업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다.
새 평가 지표의 적용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 조정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경찰 안팎에선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방향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미 등급제 도입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선에서 활동 중인 A 정보관은 "벌써부터 직원들이 점수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나중에 최하위 그룹을 정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보다 평가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정보 수집만 벌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내 또 다른 경찰서 소속 B 정보관은 "정보 독점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보관끼리 서로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 경찰서도 있다"며 "내부적으로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볼 만하다"며 비교적 낙관론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보 경찰의 등급 평가 도입이 '실적 지상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정보과 부활이 결정됐을 때부터 과도한 정보 수집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상대평가 도입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학생들의 등급을 나누는 것처럼 현장 정보 경찰들의 경쟁을 유도해 '줄 세우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충성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대평가 도입에 대해 "국민 안전을 위한 공공안녕 정보 활동을 위한 것"이라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현장 여론을 반영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울청 관계자는 "본청 기준을 토대로 각 서 평가 기준을 따로 산정하고 있다. 평가 지표의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본청과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라며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생기면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정보관끼리 협업을 가점으로 적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우려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