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대신 정서를 택한 배우 중심 예능이 시청자의 피로를 파고들며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조용한 시골과 지역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단발성 화제를 넘어 시즌제로 이어지며 콘텐츠 소비 구조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장우의 '시골마을 이장우'는 오는 29일 시즌3로 전북 부안을 찾는다. 김선호가 이끄는 '김선호의 봉주르빵집'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다음 달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김태리의 '방과후 태리쌤'은 방영 중에도 아이들과의 교감으로 따듯함을 선사하고 있으며, 박보검의 '보검 매직컬'은 시즌1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시즌2 제작에 들어갔다.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힐링 예능이 연이어 확장되며 일시적 유행을 넘어선 구조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이들 프로그램은 형식은 다르지만 공통된 문법을 공유한다. 배우의 스타성을 전면에 두되 이를 지역과 사람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김태리는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며 자신의 연기 이력을 교육 현장에 접목했다. 이장우는 장기간 지역에 머물며 어업과 생활에 직접 참여했다. '봉주르빵집'은 만 65세 이상만 이용 가능한 시니어 전용 카페라는 설정을 내세워 고령층을 콘텐츠 중심으로 끌어갈 예정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공간과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을 조명하고, 배우는 이를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검 매직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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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 매직컬'/tvN
또 다른 특징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드러내는 서사다. 김태리는 수업 중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며 감정을 드러냈고, 박보검은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김선호와 출연진 역시 제빵과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하며 준비 과정을 그대로 노출했다. 완성된 결과보다 서툰 시도와 성장의 과정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시청자는 '관찰'이 아닌 '동행'의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성과 역시 뚜렷하다. '보검 매직컬' 시즌1은 7주 연속 2049 타깃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글로벌 조회수 2억6000만 뷰를 넘겼다. 약 200개국에 송출되며 해외 반응까지 확보했고, 종영 직후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시골마을 이장우' 또한 시즌을 거듭하며 지상파 대표 시즌제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갈등과 경쟁 대신 정서적 보상을 제공하는 '착한 도파민'으로 해석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피로도가 높아진 콘텐츠 환경에서 시청자는 강한 자극보다 안정된 감정을 찾고 있다. 배우형 힐링 예능은 이 지점에서 현실과 감정을 연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면서 "스타의 존재감은 여전히 핵심 요소지만, 지속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진정성에 기반한 서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