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매료시킨 모터스포츠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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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열기는 대단했다. 각양각색의 튜닝카와 슈퍼카 주위로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메인 서킷 주위는 펜스 너머로 고개를 내민 팬들의 기대 섞인 눈빛으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이 뜨거운 축제의 한복판에서 가이드를 자처한 레이싱 모델 이재를 통해 이번 행사의 핵심 종목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레이싱 모델 이재가 전하는 모터스포츠의 미학
현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관람객을 맞이한 이재는 축제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었다. 서킷 안쪽에서 라바콘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차량들을 보며 "좁은 코스라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는 질문에 그녀가 재치 있게 답했다.
"그렇게 보실 수도 있지만 이건 사실 자동차로 하는 '피겨 스케이팅'이에요. 바로 짐카나(Gymkhana)라는 종목이죠. 단순히 가속 페달만 밟는 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차량의 순발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복잡하게 엉킨 코스를 가장 완벽한 라인으로 통과해야 하거든요. 0.1초의 찰나에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는 그 정교함이 승부를 가르는 아주 예민하고 매력적인 종목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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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바로 많은 분이 기다리시던 드리프트(Drift)예요! 방금 보신 것처럼 타이어 스모크가 광장을 뒤덮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죠? 하지만 이건 단순하게 차가 미끄러지는 게 아니에요.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는 접지력의 한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면서, 동시에 그 미끄러짐을 선수의 의지대로 완벽하게 제어해 궤적을 그려내는 고난도 기술이죠. 차를 미끄러뜨리는 게 아니라, 미끄러짐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이어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특이한 기구 앞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차량이 거꾸로 매달려 천천히 회전하는 모습에 관람객들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저기 있는 '차량 전복 체험 기구'는 이번 행사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에요. 드리프트나 짐카나 같은 화려한 기술도 멋지지만, 그 모든 즐거움의 밑바탕에는 철저한 안전 수칙이 있어야 하거든요. 관람객들이 직접 차가 뒤집히는 상황을 겪어보면서 안전벨트 하나가 우리 생명을 어떻게 지키는지 몸소 체험하시는 모습을 보면, 모터스포츠가 단순히 속도만 즐기는 게 아니라 얼마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인지 알릴 수 있어 정말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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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였던 드리프트 경기에서 단연 돋보인 팀은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TDC garage drift team'이었다. 세 명의 드라이버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선사한 퍼포먼스는 이번 대회 포디움 입성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특히 TDC garage drift team은 프리시즌터보와의 협력을 거쳐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일관된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교한 차량 세팅을 완료했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드리프트가 선수의 기량은 물론 고도의 기계적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팀 스포츠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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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퍼포먼스를 마친 TDC 게러지 드리프트 팀(garage drift team)의 주역들은 이번 대회의 경험과 드리프트의 매력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팀의 리더이자 프리시즌터보 팀의 일원이기도 한 권용대 팀장(33)은 관객과의 호흡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드리프트를 하고, 이틀 내내 수많은 분께 택시 동승 체험을 제공할 기회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처음에 겁을 내시던 관객분들이 주행 후 내리며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너무 재미있었다'며 환하게 웃으실 때 선수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미소가 앞으로 더 멋진 주행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강력한 에너지가 됩니다."
이어 평소 드리프트 전문 숍을 운영하며 팀의 기술적 세팅과 정비를 총괄해온 신주협 선수(33)는 노면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날의 폭염과 둘째 날 새벽에 내린 비는 선수들에게 큰 과제였습니다. 특히 비 온 뒤 젖어 있는 노면에서는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소프트하게 조정해 접지력을 확보하고, 타이어 공기압은 사이드월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정교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공기압을 너무 빼면 종그립은 좋아질지 몰라도 횡방향 움직임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죠. 이런 시시각각 변하는 변수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저희 팀의 강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프트계의 베테랑이자 최근 수년간 주요 대회 포디움을 지켜온 양지운 선수(37)가 종목의 매력을 짚어주었다. 양 선수는 2023년 KDS 드리프트 파이널 라운드 수상에 이어 AMF 드리프트 배틀에서도 매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드라이버다. "드리프트는 의도적으로 오버스티어를 일으켜 차를 미끄러뜨리고, 그 양을 정교하게 조절해가는 종목입니다. 다른 레이스와 달리 관중석 한자리에 앉아 주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퍼포먼스가 넘치는 멋진 스포츠인 만큼, 꼭 현장에 오셔서 그 매력을 직접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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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6 보령·AMC 국제 모터페스티벌은 단순히 차를 구경하는 전시회를 넘어, 관람객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였다. 드리프트 차량 조수석에서 중력가속도를 경험하는 동승 체험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거친 험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코스는 모험을 즐기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 어린이날을 앞두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공연과 체험존은 모터스포츠가 전 세대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이벤트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빠는 튜닝카의 기계적 완성도에 감탄하고, 아이는 자동차 캐릭터와 기념사진을 찍는 풍경은 매년 이 시기 보령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보적인 축제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었다.
축제의 막이 내린 머드엑스포광장에는 여전히 타이어의 흔적과 열기가 남아 있었다. 첫날의 뜨거웠던 아스팔트부터 둘째 날 새벽비가 남긴 촉촉한 노면까지, 날씨의 변수마저 드라마틱했던 이번 페스티벌은 보령을 글로벌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모터스포츠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실력파 팀들의 헌신이 만들어낸 이 뜨거운 에너지는 내년 5월,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