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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미군 5000명 재배치 두고 이중 메시지…폴란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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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5. 06. 10:53

폴란드 국방부 '환영'...'미군 증강 협의 중' 공개 확인
투스크 총리, 폴국방부 발언 선긋기 '유럽 연대 훼손 안 돼'...
그러나 동부전선 미군 최대화 전략 목표는 일치
韓 호르무즈 자유항행 기여도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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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내 첫 미군 영구 주둔기지 개소 행사. 미군 병사들이 2023년 3월 21일(현지시간) 폴란드 서부 포즈난에 있는 캠프 코시우스코에서 개소 행사를 하고 있다. / 연합

지난 4일(현지시간) 폴란드 국방부 파베우 잘레프스키 차관은 방송사 RMF FM과의 인터뷰에서 미군 병력 증강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폴란드 내 미군 역량 확대와 관련해 펜타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폴란드의 의도는 불변이다. 나토 동부전선 전반에서 미국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것이 독일에서 빠지는 5000명과 직접 연계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같은 날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도 RMF24 방송을 통해 '병력 쿼터 유지를 넘어 증가가 목표'라며 '폴란드의 전략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라인 전체가 자국내 여러 방송 매체 (RMF FM, RMF24)를 통해 미군 추가 유치에 적극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현재 주둔 미군(USAG-P)의 순환배치 병력을 영구 주둔으로 전환하고 추가 증강을 미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폴란드에는 현재 순환배치 병력을 포함해 1만 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설 주둔 병력은 수천 명 수준이며, 나머지는 6개월~1년 단위로 교체되는 순환배치 체계다.미 국방부 산하 국방인력데이터센터(DMDC)의 2025년 12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주일미군은 5만4288명, 주독미군은 3만6436명으로, 폴란드의 1만 명은 이들에 한참 못 미치지만 동유럽 국가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주한미군(USFK, 2만8500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지만, 단기간에 가장 빠르게 증가한 전진배치 거점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다르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미군이 상시 주둔하지 않았던 나라였다.


총리의 반박: '병력을 빼앗아오는 나라는 안 된다'...유럽 차원의 연대와 협력을 훼손하는 일 없다

그러나 같은 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정반대의 신호를 보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폴란드가 독일이나 여타 유럽 동맹국을 희생시켜 미군을 유치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는 병력을 빼앗아오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군 주둔은 폴란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 안보에 기여한다. 유럽 차원의 연대와 협력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폴란드가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투스크 총리는 잘레프스키 차관의 협의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우리 정부 출범(2023년 12월) 초부터 2년째 협의해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총리는 방향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이번 독일 감축분을 가져오는 방식'을 경계한 것이다.


이중 메시지의 이유: 유럽 체면과 실리 사이

차관과 총리의 엇갈린 발언은 폴란드가 처한 복합적 지정학적 셈법을 그대로 드러낸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 프랑스와의 협력 틀을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나토 동부전선 당사국으로서 최대한 많은 미군 병력을 자국에 묶어두어야 한다는 이중 압박 속에 있다.


폴란드의 미군 유치 전략은 이미 상당히 진척돼 있다. 2025년 기준 GDP 대비 4.48%를 국방비로 지출해 나토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고, 2026년에는 4.81%를 편성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5% 목표에 가장 근접한 국가다. 미국은 폴란드 내 4개 군사기지 개발에 5억 달러 이상을 올해 초 승인했다. 현재 순환배치 포함 약 1만 명의 미군이 폴란드에 주둔 중이며, 2024년 폴란드 군 총참모부는 이를 최대 10만 명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나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폴란드가 친미 행보를 지속해온 것은 트럼프 1기 때부터다. 2018년 두다 당시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미군 영구 주둔 대가로 20억 달러를 제안하며 기지에 '포트 트럼프(Fort Trump)'란 이름을 붙이겠다고 했다. 2020년에는 미국과 '방위협력강화협정(EDCA)'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폴란드 정상회담에서 '원한다면 병력을 더 보낼 수 있다'고 화답했다.

배경: 트럼프의 주독미군 철수 결정
이번 사태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주독미군 감축 검토를 공식화하고, 이틀 만에 미 국방부가 5000명 철수를 6~12개월 내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국방부가 밝힌)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며 주독미군 감축 규모 확대 방침을 밝혔다. 현재 독일에는 약 3만6000명이 주둔해 유럽 전체 미군의 절반이 넘는다. 람슈타인 공군기지와 유럽·아프리카사령부 본부, 해외 최대 미군병원이 독일에 집중돼 있다.

감축 결정의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직접적으로는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이란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이다. 구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군사 지원 요청에 나토 동맹국들이 소극적으로 나온 데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도 '아마도'라고 언급해 감축 대상이 유럽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폴란드가 진짜 원하는 것
투스크 폴란드 총리의 '선 긋기' 발언은 유럽 파트너들을 향한 외교적 포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폴란드 내무장관 마르친 키에르빈스키는 같은 날인 4일 저녁 폴스캇 뉴스에 '어디서 오든 추가 미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총리가 낮에 브레이크를 밟자, 밤에 장관이 다시 액셀을 밟은 셈이다.

결국 폴란드의 실제 목표는 단순하다.
'독일 감축분을 명시적으로 빼앗아오는' 나라라는 낙인은 피하면서, 미 국방부가 자체 판단으로 병력을 폴란드에 재배치하는 결과는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잘레프스키 차관이 '미 국방부의 결정을 기다린다'고 한 표현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워싱턴이 결정하면 바르샤바는 수용한다'는 모양은 '수동'이지만 실제 협의는 이미 진행 중이다.


한국정부의 호르무즈 자유항행 기여도…주한미군 변수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도 한반도 방어 공약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독일 사례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도' 평가가 트럼프 행정부 병력 재배치의 실질적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전 세계 미국 동맹에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호르무즈 변수가 직접 한국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해 "한국이 나서주길 바란다. 일본도, 호주도, 유럽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것은 당신들의 배다. 당신들이 방어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그들이 그러기를 매우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발언은 한국을 겨냥한 독립적 압박이 아니라 나토·인도·태평양 동맹 전반을 향한 부담 분담 요구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HMM나무호' 선박이 실제 피격된 상황(우리 정부 조사중)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서울로서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로 흘려넘기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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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기준 유럽 주둔 미군 현황 / 연합, 자료=미국의회보고서, AFP 폴리티코 종합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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