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국 필리핀 "에너지 위기, 다른 의제 못 덮는다"
미얀마 군부 정부 복귀 타진…남중국해 행동규범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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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필리핀 세부에서는 이날부터 이틀간 아세안 정상회의와 관련 회의가 열린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비롯한 10개국 정상이 참석하며, 미얀마는 5년째 이어진 군부 지도부 배제 조치가 유지돼 외교부 상임차관이 대표로 참석한다.
마리아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약 7억 명에 달하는 역내 인구의 에너지·식량 안보가 최우선 의제"라고 밝혔다. 회원국 대부분이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진 영향이 곧장 이번 회의 일정 위로 쏟아진 셈이다.
이번 회의는 의장국 필리핀의 조정력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외교가에서는 △에너지 공급 충격에 맞선 역내 공동 대응 △5년째 이어지는 미얀마 내전 △지난해 발생해 아직 매듭짓지 못한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이 동시에 놓인 상황에서 어느 한쪽도 의제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필리핀의 과제라고 짚는다.
지정학 분석가인 마닐라 데 라 살레 대학의 돈 매클레인 길은 "경제 충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계획이 결국 다른 역내 현안의 무게를 넘어설 수 있다"며 "미얀마 사태와 남중국해 문제도 의제에 오르기는 하겠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어렵다"고 말했다. 도미닉 자비에르 임페리얼 필리핀 외교부 아세안 담당 차관보 겸 대변인은 "의장국으로서 우리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 어떤 의제도 희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 의제 가운데 진전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에너지다. 아시아 다수 국가가 대체 원유 확보에 나선 가운데 아세안 에너지 장관들은 정상회의에 앞서 특별회의를 잇따라 열어왔고, 필리핀은 역내 원유 공유 기본협정 비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필리핀 전직 외교관 라우라 델 로사리오는 "에너지 공급 충격의 규모는 아세안 어느 회원국도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번에는 수사 차원을 넘는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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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연구원(RSIS)의 콜린 코는 "미국은 불안정 요인으로, 중국은 안정 요인으로 대비될 것"이라며 "에너지 관련 부품과 원자재 공급국으로서 중국이 지금 가장 중요한 카드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회원국이 에너지 협력의 폭을 어디까지 넓히느냐에 따라 미·중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진전이 가장 더딜 분야는 미얀마다. 아세안은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사정권에 폭력 즉각 중단과 모든 당사자 간 대화 개시, 인도적 지원 제공 등 5개 항목 합의를 요구했지만, 미얀마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정상회의에서 군부 고위직 참석을 배제하고 차관급 등 비정치적 관료 참석만 허용해왔다.
군부 지원 정당이 휩쓴 4월 총선이 치러져 쿠데타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미얀마 측은 두 차례 사면과 축출된 지도자 아웅 산 수 치의 징역형 33년→18년 감형 및 가택연금 전환 등 화해 제스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은 4월 총선의 정통성을 아직 인정하지 않은 상태고, 흘라잉 정권에는 반군 그룹과의 대화 의지가 진심임을 회원국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또 다른 난제는 남중국해다. 아세안과 중국은 2002년부터 행동규범(COC) 협상을 끌어왔고 2026년을 완성 목표 시점으로 잡아왔지만, 회원국마다 입장이 다르고 중국과의 경제 의존이라는 무게도 작용한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 초청되지 않았으나 핵심 외부 파트너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부 분석가들은 베이징이 자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대부분 수역의 활동을 제약하는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본다. 자국의 불법적이고 팽창적인 이익을 제한하는 합의에는 묶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