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日시즈오카 고분 ‘백제 금동 허리띠’ 첫 출토…왕권교류 새 단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07010001457

글자크기

닫기

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5. 07. 14:10

6~7세기 백제계 최고급 공예품 추정…日황실·야마토 왕권 한반도 인연 재조명
clip20260507135230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고분에서 백제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이는 금동제 허리띠 장식이 출토됐다. /사진=일본 후지시 홈페이지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고분에서 백제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이는 금동제 허리띠 장식이 출토됐다. 일본 국내에서 같은 성격의 백제계 띠금구가 이처럼 양호한 상태로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고대 한반도와 일본 열도 지배층 사이의 교류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지시는 7일 시 지정 사적인 스도 센닌즈카 고분에서 봉황과 귀신 문양 등이 새겨진 금동제 띠금구 3점이 출토됐다고 발표했다. 후지시도 공식 자료에서 이 유물을 6세기 후반~7세기 전반 한반도 백제에 뿌리를 둔 장식성 높은 허리띠 금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유물은 허리띠 끝에 붙이는 금구 1점과 띠 표면에 붙이는 원형 고리 달린 장식판 2점이다. 모두 구리에 금을 입힌 금동제다. 띠끝 금구는 길이 약 11㎝로, 고대 중국에서 신선이 산다고 여겨진 봉래산 등 삼신산과 봉황 두 마리, 입을 벌린 귀신 문양이 정교하게 표현돼 있다.

후지시는 백제 특유의 섬세한 문양과 고도의 금공기술을 갖춘 같은 시기 띠금구가 이처럼 좋은 상태로 확인된 사례는 일본 전국적으로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이 띠금구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 현재 충남 부여 일대가 도읍이던 538~660년 무렵 관인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허리띠 장식의 일부로 보인다고 전했다.

clip20260507135329
유물 출토 위치를 보여주는 일본 후지시 교육위원회의 지도. 유물 출토 위치는 지도에서 千人塚古墳라고 표기된 곳이다./이미지=일본 후지시 홈페이지
◇백제 장인의 기술, 일본 지방 고분까지 갔다
이번 출토의 의미는 단순한 유물 발견을 넘어선다. 백제 본국 또는 백제계 기술자가 만든 최고급 공예품이 일본 열도 동부의 고분에서 확인됐다는 점은 백제와 야마토 왕권, 그리고 지방 유력세력 사이의 물자·기술·인적 이동을 보여준다. 당시 백제에서는 무덤에 유물을 함께 묻는 풍습이 약해져 비슷한 제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오히려 일본 고분 출토품이 백제 공예 연구의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 독자에게 더 중요한 대목은 이 발견이 일본 고대국가 형성과 백제의 관계를 다시 환기한다는 점이다. 일본 황실과 백제의 인연은 일본 내에서도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아키히토 당시 일본 천황은 200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간무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는 데서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제 무령왕이 일본과 관계가 깊었고, 이후 오경박사가 대대로 일본에 초청됐으며, 무령왕의 아들 성명왕이 일본에 불교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번 출토를 곧바로 "일본 황실의 백제 기원"으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백제계 인물과 기술, 불교·문자·공예문화가 야마토 왕권과 일본 고대국가 형성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번 스도 센닌즈카 고분의 띠금구는 그 교류가 수도권 권력층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일본 열도 지방 유력층의 장례문화와 권위 표상에도 스며들었음을 보여주는 물증이라고 볼 수 있다.

후지시는 해당 출토품을 9일부터 24일까지 후지산 가구야히메 뮤지엄에서 일반 공개할 예정이다. 백제의 장식 금공기술이 일본 지방 고분에서 되살아난 이번 발견은 한일 고대사의 핵심 질문, 즉 일본 고대국가가 무엇을 한반도에서 받아들였고 어떻게 자기 권위로 재구성했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자료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