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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완성차 공장, 방산 기지로 탈바꿈… 독일·이스라엘 방산 동맹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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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5. 07. 15:00

독 폭스바겐(VW), 이스라엘 '아이언 돔' 부품 생산 전격 진출
VW등 유럽 자동차 업계... 방산 분야로 재편 가속화
독일 정부 "적극 지지"… 유럽 재무장 큰 그림의 일환
0507 Rafael 독 폭스바겐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과 공장 내부의 라파엘 미사일의 자료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 / Gemini 생성이미지, 자료=라파엘사
독일 최대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이하 VW)이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과 손잡고 아이언 돔(Iron Dome) 미사일 방어 시스템 부품 생산에 나선다.

자동차 전동화 시대에 뒤쳐져 중국과 한국에 밀린 폭스바겐의 독일내 오스나브뤼크(Osnabruck) 공장이 미사일 방어 부품 생산 라인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제조업 역사에 유례없는 이 대전환은 유럽 방산 수요 폭발과 독일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맞물려 빚어낸 '세기의 역설'이다.

◇ "6월 말 본계약 목표"....지난 4월 30일 LOI 전격 서명… "60일 실사중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은 4월 30일 폭스바겐과 독일 서부 오스나브뤼크(Osnabruck) 공장 인수를 위한 의향서(Letter of Intent·LOI)를 체결했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동시 보도한 이 소식은 글로벌 제조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LOI에는 60일간의 독점 실사 기간이 명시됐으며, 6월 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연방경제부는 4월 초부터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는 투자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해당 공장에 대해 방산 기업들과 고도화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직접 확인했다. 공식 성명과 실제 협상 진행 사이의 간극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 오스나브뤼크 공장이란 어디인가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과거 카르만(Karmann) 공장이었으며, 2009년 파산 신청 이후 폭스바겐(이하 VW)이 약 3,900만 유로에 인수해 소규모 고급 차종 위탁 생산 거점으로 운영해 왔다.
VW는 2027년 티록(T-Roc) 카브리올레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 공장 용도 전환을 검토해왔다. 독일 내 라인메탈(Rheinmetall)과의 협상이 지난해 말 결렬된 이후, 이스라엘 라파엘이 새로운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현재 약 2,3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공장은 잠재적 폐쇄 위기에 놓여 있었으며, 양사의 이번 합의는 해당 일자리 전원 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0507 Rafael missile
이스라엘 아이언 돔(Iron Dome) 방공 시스템. 이스라엘의 라파엘(Rafael)사가 제조 공급하는 아이언 돔(Iron Dome)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다.레이더로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탐지 후, 도심에 위협이 되는 것만 선별해서 요격하며, 2011년 실전 배치 이후 하마스 등의 로켓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민간인을 보호하는 핵심 방어 체계로 알려져 있다. / 라파엘 첨단방위시스템(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
◇ 뭘 만드나… "미사일 엔진·발사대·수송차, 탄두는 별도"

생산 품목의 윤곽도 드러났다. 오스나브뤼크 공장에서는 아이언 돔 시스템의 미사일 수송 중형 트럭, 발사대, 전력 발전기 등 핵심 지원 장비가 생산된다. 미사일 자체는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 협상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명시됐다.
그러나 최근 협상이 진전되면서 범위가 확대됐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오스나브뤼크 공장이 미사일 추진체(모터·프로펠션 시스템)까지 제조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폭발물을 포함한 탄두 부품은 별도 시설에서 생산한다.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생산 전환은 비교적 투자 규모가 크지 않으며, 12~18개월 내 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 소식통은 "전환에 일부 비용이 필요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英파이낸셜 타임즈(FT)에 전했다.

◇ 폭스바겐은 왜 방산으로 향하나… "디젤게이트 이후 최악 실적"

폭스바겐의 이번 결단은 자동차 산업 위기와 직결된다. VW 그룹의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5% 급감한 89억 유로(약 13조 원)에 그쳤으며, 순이익도 44% 하락한 69억 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디젤게이트' 스캔들 이후 최저치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기차 전략의 실패,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급격한 몰락, 그리고 강력한 노조에 발목 잡힌 내부 구조 개혁 난항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거인을 흔들고 있다. VW는 2030년까지 독일 내 5만 개 일자리를 감축하는 계획을 3월에 발표했으며, 아우디·포르쉐 자회사도 포함됐다.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이 구조조정의 첫 시험대가 됐다.


0507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
라파엘사가 제작한 스파이크(Spike) 대전차 미사일 시스템의 발사대(CLU, Command Launch Unit)에서 이스라엘 방위군(IDF)소속의 여군이 조준경에 눈을 대고 무기를 조작하는 자세 / 라파엘 첨단방위시스템(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
◇ 라파엘은 왜 독일인가… "이스라엘·독일 신뢰 관계와 유럽 수요"

이스라엘 측 계산도 명확하다. 라파엘이 유럽 생산 거점으로 독일을 선택한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강력한 지지와 양국 간 민감 프로젝트에서 쌓인 신뢰 기반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라파엘은 독일에서 이미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라파엘은 현재 독일의 라인메탈, 딜 디펜스(Diehl Defense)와 협력해 유럽 시장용 스파이크(Spike) 미사일과 전차 능동방호 시스템 트로피(Trophy)를 독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라파엘은 아이언 돔 시스템을 독일을 포함한 유럽 각국 정부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사일 생산을 위한 별도 시설도 독일에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 독일 정부 "적극 지지"… 유럽 재무장 큰 그림의 일환

베를린의 전략적 셈법도 깔려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제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양사는 해당 방산 시스템을 유럽 각국 정부에 공동 마케팅할 계획이다.
독일은 2026년 국방 예산으로 1,080억 유로 이상을 배정했으며, 이 중 일반 국방 예산은 827억 유로, 연방군 특별기금은 255억 유로에 달한다. 유럽 방위 지출은 2020년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독일방위산업협회(BDSV)는 지난해부터 유휴 자동차 생산 설비를 방산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으며, 이번 VW-라파엘 협력은 그 제안의 첫 번째 가시적 실현이다.
다만 독일 정부는 자국 내 방산 프로젝트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과 기술의 국내 잔류를 요구하고 있어, 이 조건이 최종 계약 성사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

◇ 역사적 아이러니… "히틀러의 공장에서 이스라엘 방어막을"
이번 거래엔 역사적 상징성이 겹쳐진다. 폭스바겐은 아돌프 히틀러가 직접 설립을 지시한 기업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국방군(Wehrmacht)을 위해 V-1 순항 미사일 부품을 강제 노동력을 동원해 생산한 전력이 있다.
81년이 지난 지금, 그 공장 네트워크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부품을 생산하는 기지가 되는 것이다. 하레츠(Haaretz)는 "순전히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된 거래이지만, 그 상징성은 폭발적"이라고 평했다.

◇ 자동차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 신호탄
이번 사례는 폭스바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르노도 올 1월 드론 제조사 투르지 가야르(Turgis Gaillard)와 10년, 약 1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방산 분야에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자동차 제조업과 방산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변화는 유럽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폭스바겐-라파엘 협력은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 아이언 돔, 유럽에 맞나… "단거리 특화 시스템, 적합성 논란도"
방산 전환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아이언 돔은 가자 지구에서 발사되는 로켓 등 단거리 위협 요격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사거리 70km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유럽의 방어 수요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애로우 3(Arrow 3) 장거리 요격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상태로, 아이언 돔은 이를 보완하는 다층 방어 체계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다.
노조 동의 문제도 남아 있다. 생산 전환이 현실화되려면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동의가 선행 조건이다. 내부 소식통은 "방산 시스템 제조에 참여할지는 개인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 전망과 의미… 유럽 군산복합체 재편의 기폭제
독일 정부는 미국의 방산 조달 의존도를 낮추고 NATO 내 자국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적 전환의 일환으로 이번 거래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산 소식통은 "생산 기반을 독일로 이전하면 라파엘의 유럽 시장 공급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라파엘이 최근 독일에서 성사시킨 일련의 방산 계약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본계약 서명 목표 시점은 오는 6월 말이다. 60일간의 실사 과정에서 기술 이전 통제, 노조 합의, 독일 정부 승인이라는 세 관문을 넘어야 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공장 중 하나가 유럽 방공망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변신하는 역사적 실험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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