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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을 230%에서 129%로 대폭 낮추며 재무적 급한 불은 껐지만 핵심 신사업인 글라스 기판 부문에서는 기술적 속도 조절에 나서며 일각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최근 자회사 앱솔릭스가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에 '논 임베딩(Non-embedding)' 방식의 시제품을 공급하면서다. 글라스 기판이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인정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판 내부에 수동 소자를 직접 심는 임베딩 기술 때문이다. 반면 논 임베딩은 소자를 내부에 심지 않고 기존 방식처럼 기판 위에 배치하는 구조다. 기술적 난도는 낮아지지만 글라스 기판만이 가진 성능의 정점을 뒤로 미룬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위한 기술적 타협이라는 지적도 나오나 경영진은 양산성과 시장 안착 가능성을 우선 고려한 실리적 판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막연한 기술 과시보다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시장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임베딩 공정이 뒤로 밀렸음에도 예상 외로 SKC의 선택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과거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여타 기업들을 향한 냉담한 시선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 발표 당시 주주 가치 희석과 투자 지연 우려로 비판받았던 사례를 떠올리면 SKC의 이번 흥행은 이례적이다. 과거 투자자들은 유상증자 목적이 채무 상환일 경우 이를 기업의 자생력 상실로 간주하며 기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와 공급 과잉이 겹친 산업 환경에서 공격적인 확장 확실한 생존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 무리한 외형 확장에 따른 리스크를 덜어내고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향후 양산 국면에서 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는 SKC의 논리가 시장에 통한 셈이다.
올해 1분기 10개 분기 만에 EBITDA(상각전영업이익) 100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턴어라운드 신호를 보낸 점도 우호적 여론에 힘을 보탰다. 돈을 빌려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벌어들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재무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투자자들에게 신뢰의 신호로 읽힌 것이다.
이번 논 임베딩 결정이 단순한 기술적 타협이 아닌 시장 안착을 위한 전략적 후퇴로 기록되려면 재무 구조 개선의 결과물이 반드시 글라스 기판의 양산 성과로 치환돼야 한다. 빚을 덜어내며 확보한 경영의 여유가 실제 수주 계약과 압도적인 가동률로 이어져야 한다. 14일부터 양일간 진행되는 구주주 청약은 SKC의 '선 재무 안정 후 기술 도약' 전략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