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공주 전설 서린 해변의 작은 사찰 감추사 MZ 발걸음 '소도시 감성' 사진 명소 어달삼거리 무릉별유천지 6월 라벤더 축제, 루지 스릴도 만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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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시 하평해변. / 이장원 기자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면 불제자가 아니라도 절을 찾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한국의 절은 보통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있어 하나의 여행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사찰 여행이라고 해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가끔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절에 가보는 것도 마음을 비우는 불교 교리와 통하는 면이 있다. 산도 좋지만 바다가 있는 절에 가서 잡념을 흘려보내도록 한다. 숨은 비경이 있다면 사진 한 장을 덤으로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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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사. / 이장원 기자
강원 동해시 감추해변에는 감추사가 있다. 무언가 사연을 감추고 있을 것만 같은 감추사에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절을 세웠다는 창건 설화가 내려온다. 공주가 병에 걸렸는데 낫지 않자 이곳의 석굴에 불상을 모시고 기도했더니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다. 공주는 그 은덕을 기리기 위해 절을 짓고 '석실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절은 없어지고 이름만 전해지다가 중건되고 또다시 해일에 떠내려가는 풍파를 겪었다. 지금의 감추사는 1965년 감운법사가 사찰을 고쳐 다시 지은 뒤 이어진 것이다.
이 설화가 사실임을 증명하기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 주로 서동요를 통해 알려진 선화공주는 실존 여부와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감추사 설화에서는 공주가 노년에 이곳에 돌아와 바다를 바라보며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 선화공주가 백제로 갔다는 서동 설화를 따르자면 가능성이 크진 않은 이야기다. 다만 서동 설화 역시 설화인 점에서 감추사 창건 설화에 대한 반박 자료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곳에서는 그저 작은 사찰인 감추사의 이야기가 절 아래 해안 절경과 만나 이루는 신비함을 즐기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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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해변. / 이장원 기자
궁금증을 파도에 흘려보내고 나니 기암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와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멋진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는 일이 불교 교리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모르나 이곳은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숨은 사진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불상이 오묘한 분위기를 내는 사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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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달삼거리 언덕길. / 이장원 기자
사실 동해시는 감추사 외에 또 다른 사진 명소들로 최근 MZ 여성들 사이에서 부쩍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대략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여행객이 늘어났는데 동해시 관광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이중 묵호 어달삼거리에 있는 언덕길은 이른바 감성 사진의 배경이 되는 장소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부산 해운대블루라인 파크의 청사포 정거장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배경인 가마쿠라와 유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는 점도 같다. 다만 동해시는 해변으로 실제 철도가 지나고 건널목과 옛날 거리가 많이 남아 있어 레트로 혹은 소도시 여행 감성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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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 / 이장원 기자
이런 감성은 묵호항 위쪽의 논골담길로도 이어진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비탈진 언덕길에 자리한 논골담길은 1941년 묵호항이 개항한 뒤 항구가 커지면서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 정착해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지금은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곳곳에 벽화로 그려놓은 감성 스토리 마을로 탈바꿈했다. 옛날 골목과 같은 느낌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독특한 색채의 카페들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으며 소셜미디어용 사진을 남길 만한 장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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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 벽화. / 이장원 기자
동해의 '포토 스폿'은 논골담길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옆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다. 먼저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당연히 동해 바다와 시내의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으로,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이면 푸른 빛이 보여 옛날 사람들이 도깨비불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무서운 이야기이나 지금은 도깨비와 방망이를 본따 만든 조형물들이 재미있는 모습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스카이밸리 아래 해변에는 도깨비 방망이 모양의 해랑전망대도 있다. 경관만 즐기는 것이 아쉽다면 스카이 사이클과 자이언트 슬라이드에 도전해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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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스카이워크. / 이장원 기자
녹음이 한층 짙어질 6월로 넘어가면 동해에서 또 다른 사진 명소를 찾아볼 수 있다. 무릉별유천지의 라벤더 축제가 돌아온다. 무릉별유천지는 석회석 폐광산을 복구해 만든 문화관광단지다. 채석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공호수 청옥호와 금곡호가 있으며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산과 바위를 깎아냈던 암벽 절개지가 이국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무릉별유천지라는 이름은 무릉계곡의 암각문에 새겨진 '별유천지'(別有天地)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세상 경치가 아닌 것처럼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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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 / 이장원 기자
특히 초여름에는 2만㎡ 면적의 라벤더정원에서 1만3000주의 라벤더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진이 워낙 잘 나오기 때문에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올해 라벤더 축제의 본 축제는 오는 6월 13~21일 진행된다. 무릉별유천지에서는 스카이 글라이더, 오프로드 루지, 알파인 코스터 등 야외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루지를 타고 내려와 보니 무동력에도 상당한 속도를 자랑하는데 오프로드의 거침이 더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자연 경관에 체험 요소가 결합한 동해 여행의 매력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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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 라벤더 축제. / 동해문화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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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 루지 체험. / 이장원 기자
동해시는 서울역에서 KTX로 2시간 30분 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지만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에 1박 이상의 체류 여행이 추천되기도 한다. 망상해수욕장 앞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우수웰니스관광지인 동해보양온천컨벤션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싱잉볼 치유명상, 밸런스 체어, 필라테스, 컬러테라피 등 프로그램 등을 예약 운영하는데 가족 단위 방문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장수 냉온욕, 바데풀 플로우워킹, 마음건강측정·호흡훈련 등 상설 프로그램도 있어 심신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