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합’ 두 시선: 미래전의 협동인가, 전문성의 해체인가
영역 확장된 미래전 대비 위한 양성 체계 혁신 vs 군사학적 본질 및 정체성 훼손 쟁점
최근 국방부가 추진 중인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폐합 및 '2+2 학부제(1·2학년 통합 교육, 3·4학년 군별 전공 교육)' 단일 국군사관학교 개편안을 둘러싸고 안보 전반에 걸쳐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합동성(Jointness) 강화'와 구조 효율화를 내세우는 반면, 군 안팎과 전문가 집단은 군종별 전문성 약화와 안보 공백을 우려한다.
본지는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 전현직 군관계자, 그리고 국방연구원(KIDA)을 포함한 국방분야 연구기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군 장교 양성 체계의 백년지대계를 결정할 이 엄중한 사안을 두고 대립하는 두 가지 시각을 균형 있게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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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을 지지하는 측은 현대 및 미래전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장 큰 명분으로 꼽는다.
과거 지상전 중심의 전통적 전장과 달리, 현대전은 우주, 사이버, 대양, 전자기파 등 전방위로 영역이 확장되었다.
따라서 특정 군종의 독자적 작전 수행은 더 이상 불가능하며, 초기 장교 양성 단계부터 군종 간의 높은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지휘관의 합동성 체득 조기화 찬성론자들은 육·해·공군 생도들이 1·2학년 과정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작전 개념과 문화를 이해할 때, 임관 이후 실전에서 강력한 '합동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관급 이후에야 겨우 접하는 합동 교육은 급변하는 미래전 템포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방 자원 및 행정 효율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우수 학군 장교 자원의 급감은 현실적인 위기다.
각각의 사관학교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발생하는 불필요한 행정 소요와 중복 예산을 단일 체제로 획일화·효율화함으로써, 국방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교육 인프라를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제시된다.
군종 간 균형 발전과 심리적 장벽 완화 과거 지상전 중심 구조에서 기인한 특정 군종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해·공군 및 신규 전장 영역(우주·사이버)의 중요성을 대등하게 인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군종 간 소외감을 해소하고 보다 긴밀한 협력을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해석이다.
◇ 반대론: 군사학적 본질 망각과 각 군 전문성 해체의 자해 행위
반면 군 원로들과 군사학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안이 전사(戰史)의 교훈과 전투력의 본질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탁상공론'이라며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육·해·공사 통폐합과 수도권 축출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는 현 정부의 안보 정책이 가진 졸속성과 군사학적 오류를 정조준한 날카로운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장교 양성 제도가 가진 '시간의 무게'를 짚으며 정치 권력의 무리한 개입을 강하게 경계했다. 한 의원은 "장교 양성 제도는 단 한 번의 변화가 군 인력 구조와 지휘 역량 전반에 걸쳐 수십 년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라며, "결코 행정적 편의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장교 양성 과정의 기반을 흔들거나 무너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 역시 이재명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및 이전 구상을 국가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으로 규정하며 정면 비판했다. 성 위원장은 "현대전의 핵심은 각 군의 극한적 전문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투력의 극대화"라며, "정부의 통합 구상은 육·해·공 삼군 체제의 큰 틀을 무너뜨려 군을 하향 평준화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관학교의 수도권 축출에 대해 "안보 요충지이자 최고의 교육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을 이탈할 경우, 군 자긍심 저하는 물론 우수 인재 수급 차질로 이어져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안보 부작용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고 날을 세웠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사관학교 통합을 기정사실화한 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북한이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하고 실전 경험을 쌓는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군의 정체성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예 육군 소장)은 군종별 전문성 및 안보 역량 약화 우려와 정교한 인재 확보 및 육성 대책을 촉구하고, 사관학교 통합은 군의 전문성 약화 우려가 큰 만큼, 인재 양성 체계의 뿌리를 흔들지 않도록 우수 자원 확보 및 육성 대책부터 면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신중하고 엄격한 검증을 요구했다.
군 수뇌부를 대신해 목소리를 낸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육사 36기·예비역 중장)은 미래전의 핵심 패러다임을 잘못 짚은 정부의 군사학적 무지를 꼬집었다. 박 회장은 "미래전의 진정한 본질은 무분별한 외형적 통합이 아니라, 철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합동 속의 전문화(Specialization in Jointness)'"라고 규정했다.
이어 박 회장은 "사관학교는 단순히 군사 지식을 전달하는 학원이 아니라, 위국헌신의 혼과 필사즉생의 사생관을 대대로 계승하는 거룩한 도장(道場)"이라고 강조하며,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고유의 정체성과 전통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전투력의 가장 강력한 근간"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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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소장은 "세계 최강의 합동작전 능력을 자랑하는 미국 역시 웨스트포인트(육사), 아나폴리스(해사), 콜로라도스프링스(공사)를 철저히 분리 운영한다"며 "위관급 초급장교에게 필요한 것은 해당 군종의 완벽한 전투기술과 병과 정체성이다. 기어가기도 전에 날아가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식의 초기 통합 교육은 하늘·바다·땅 그 어느 곳에서도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오리형 장교'만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사학적으로 '합동성'은 초급장교 양성이 아니라 영관급 이상이 근무하는 군단급 이상 제대의 '작전 운용 및 지휘 수준'에서 형성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군의 정치적 예속화 및 정체성 해체 새뮤얼 헌팅턴의 문민통제 이론을 빌려, 각 군 고유의 선의의 경쟁과 비판적 전문성이 사라진 단일 조직은 정치 권력이 군을 장악하고 통제하기 훨씬 용이한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이 안보 본연의 가치보다 정권의 지향점에 동조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다.
수도권 축출로 인한 우수 인재 확보 다항 육사 등 주요 교육기관의 지방 이전(수도권 축출)은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안보 최전방이자 교육·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을 벗어날 경우 사관학교의 매력도가 급감하여 장기적으로 장교단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한용 교수(대전대 군사학과)는 통합사관학교 추진이 결국 각 군의 정체성과 군사전문직업주의를 약화시켜, 군사철학과 전문성이 모호한 '오리형 장교'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장교상으로 헌법적 가치와 군사철학 위에 서서 판단할 수 있는 'Warrior-Philosopher(전사이자 철학자형 장교)'를 제시했다. 또한 프랑스 생시르 사관학교 사례처럼,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군사 전통의 연속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는 지방 이전·사관학교 통합·교육기간 축소 문제 역시 행정 효율이나 부동산 관점이 아니라, 어떤 장교를 길러낼 것인가라는 국가적 정체성과 역사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개혁의 당위성과 안보 안정성의 조화가 필요한 시점
사관학교 개편 논의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다.
미래전을 대비해 군의 체질을 바꾸고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개혁 당위성도, 군종별 극한의 전문성과 전통을 지켜야 안보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군 안팎의 현실적 우려도 모두 일리가 있다.
정치적 진영 논리나 단기적인 행정 효율성만을 잣대로 군의 백년지대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미국처럼 생도 양성 과정은 철저히 분리하여 전문성을 극대화하되, 임관 이후의 합동 교육 및 통합 지휘 체계를 고도화하는 절충안을 모색하거나, 충분한 공청회와 군사학적 검증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군의 본질은 결국 '싸워 이기는 군대'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