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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교섭대상 어디까지…한화오션, 가이드라인 부재 속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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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 양진희 인턴 기자

승인 : 2026. 05. 19. 18:04

[재계 노조發 리스크 촉각]
노봉법 시행 후 하청노조 요구 거세
"실질적 지배력 구체적 기준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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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의 노사 관계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조와 제3조를 바꾸자는 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외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현장에선 제조공정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부대업무까지 교섭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하청노조 교섭 범위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사외하청인 웰리브지회가 교섭 참여를 요구하면서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원·하청 노동자에게 동일 비율의 400%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노사 관계에 '훈풍'이 감지됐지만, 올해 들어 돌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웰리브지회는 한화오션 사업장 내 급식, 출퇴근 버스 운행, 시설 관리 등을 맡는 도급업체 소속 노조다. 웰리브는 대우조선해양 시절 자회사 성격을 띠었으나, 이후 회사가 경영난을 겪는 과정에서 매각돼 현재는 하청업체로 분류된다. 웰리브 지회를 포함한 한화오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한화오션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웰리브가 원청 종속형 하청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조선업과 직접 관련된 협력사와는 교섭에 나설 수 있지만, 급식업체인 웰리브 등은 본업과의 연관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청 종속성이 낮은 하청업체까지 교섭 대상에 포함할 경우, 사용자성을 근거로 사외 노동자 전반이 같은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오션의 소속 외 근로자 수는 용역·도급·파견을 포함해 1만7804명에 달한다.

사안이 복잡해지면서 정부는 한 발짝 물러난 그림이다. 금속노조는 분쟁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소속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지만, 경남지노위는 한화오션의 사용자성 판단을 보류했다. 사용자성을 직접 판단할 경우 분쟁이 장기화해 오히려 노사 교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 책임을 폭넓게 규정한다. 앞서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도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범위에서는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실질적 지배력'에 관한 기준이 모호해 여러 해석이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 범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성 판단에서 제조공정에 해당하는 경우는 비교적 인정되는 흐름이 있지만, 급식·시설관리 등 부대시설과 관련한 판단 기준은 아직 명료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일목요연한 지침이 없다 보니 각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오션이 조선업 특유의 사이클에 대비해야 하는 데다 방산 사업 투자 부담까지 안고 있는 만큼, 성과급 지급 범위 확대가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사이클 산업 성격이 강해 호황기에 재무 여력을 쌓아 불황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방산 프로젝트 확대를 고려한 투자도 시급한 상황에서 업무 연관성이 낮은 하청 노동자까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라 기자
양진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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