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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고용보다 싸다”…日, AI목소리 무단복제 법적대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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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5. 24. 15:01

에반게리온 ‘신지’ 성우 오가타 에미 “목소리 무료소재처럼 장사”
법무성 28일 불법성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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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성우와 유명인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무단 생성하는 해외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쳇GPT
일본에서 성우와 유명인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무단 생성하는 해외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용자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저명인의 이름이 붙은 음성 샘플을 고른 뒤 문장을 입력하면 해당 인물과 비슷한 목소리의 음성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일부 서비스는 "성우를 고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홍보해, 생성AI 시대의 '목소리 권리' 보호가 일본 사회의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성우와 저명인의 음성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음성 생성AI 서비스가 여러 해외 사이트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목소리를 무단 이용당한 성우들이 정부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법무성은 AI가 만들어낸 목소리와 초상의 법적 보호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검토회에서 오는 28일 서비스 제공 자체의 불법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가 된 미국 기업의 음성 생성AI 사이트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저명인의 이름을 붙인 목소리 샘플이 올라와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목소리를 선택하고 문장을 입력하면 그 목소리와 닮은 음성이 생성된다. 유료 플랜에 가입하면 더 긴 음성도 만들 수 있다. 샘플은 이용자가 직접 등록할 수 있는데, 성우의 허락 없이 등록된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 역으로 알려진 성우 오가타 에미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해당 서비스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목소리가 무단 이용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무료소재'처럼 사용해 장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이런 서비스가 확산되면 젊은 성우들이 활약할 기회를 빼앗기고 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비스 운영 회사 측은 무단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이용자가 성우들의 목소리를 허가 없이 등록하는 것은 약관상 금지돼 있으며, 위반 신고가 있으면 삭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슷한 해외 서비스가 여러 곳에서 운영되고 있고, 일본 성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와 닮은 음성이 계속 사용되고 있어 개별 삭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 문제 아닌 인격권, 퍼블리시티권, 직업 생태계 걸린 사안
실제로 성우의 목소리를 무단 이용한 동영상이 SNS에 올라오는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생성AI를 이용하면 특정 성우가 말하지 않은 문장도 실제 목소리처럼 만들어낼 수 있어, 명예훼손이나 허위정보, 성우 이미지 훼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인격권, 퍼블리시티권, 직업 생태계까지 걸린 사안이 된 것이다.

배우와 성우들이 소속된 일본배우연합 등 4개 단체는 지난 4월 자민당 소위원회에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음성 생성AI 서비스 제공자도 저명인이 자신의 이름과 초상 등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본 법무성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AI에 의한 목소리와 초상 무단 생성의 민사상 책임을 검토하는 유식자 회의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성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지식재산법 전문가들은 개별 SNS 게시물만 문제 삼아서는 피해가 반복되는 '두더지 잡기'가 될 수 있다며, 서비스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국가가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소송도 이미 시작됐다. 인기 성우 쓰다 겐지로는 생성AI가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 모방한 동영상이 공개되고 있다며 동영상 공유 앱 틱톡 운영 회사를 상대로 해당 동영상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쓰다는 애니메이션과 외화 더빙, 내레이션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일본의 대표적 성우 중 한 명이다.

이번 논란은 한국 콘텐츠 업계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K팝 가수, 배우, 성우, 유튜버의 목소리 역시 AI 학습과 모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무단 생성 음성이 유통될 경우, 어느 나라 법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복잡해진다. 일본의 이번 법무성 논의는 생성AI 시대에 '목소리도 보호받을 권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제도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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