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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태 관여 中 인문학자 류짜이푸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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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6. 05. 26. 07:47

향년 85세, 지병으로 별세
한국에서도 저서 출간
사태 후 망명, 만년에 귀국
곧 37주년이 다가오는 중국의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사태에 깊숙하게 관여한 후 미국으로 망명했던 저명 인문학자 류짜이푸(劉再復)가 24일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타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항년 85세로 유족으로는 부인,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것으로 유명한 류젠메이(劉劍梅·58) 홍콩과기대학 인문학부 종신교수를 비롯한 두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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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타계한 중국의 유명 인문학자 류짜이푸와 그의 큰딸인 류젠메이 홍콩과기대학 인문학부 종신교수./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중국 문화계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들의 26일 전언에 따르면 류의 비보는 딸인 류 교수가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신(微信·위챗)에 "온 가족이 아버지의 별세로 슬픔에 잠겨 있다. 아버지는 33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중국 지식인으로서의 위엄을 지켰다.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신적 터전을 세웠다"고 적으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타계 사실을 공식적으로 전한 중국 매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톈안먼 사태에 관여했던 멍에 탓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세기 80년대에 자유주의적 문화 운동을 이끈 것으로 유명한 류는 1941년 푸젠(福建)성 난안(南安)에서 태어났다. 1963년 졸업한 샤먼(厦門)대학에서는 중문학을 전공했다. 이어 1980년대에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소장과 잡지 <문학평론>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중국의 새로운 문화 및 예술 연구를 주도하는 대표적 지식인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 중국에서 문화대혁명 종결과 개혁·개방 정책의 영향으로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과 중국의 전통 미학 등 새로운 사상 전반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쏟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1989년 터진 톈안먼 민주화 사태는 그의 인생 항로를 송두리채 바꿔버렸다.

미국으로 망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받아들인 그는 이후에도 중국 문학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이어갔다. 미국 시카고대와 콜로라도대, 스웨덴의 스톡홀름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홍콩시립대, 대만 국립중앙대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홍루몽> 을 비롯한 고전 연구로 유명세를 떨친 것도 이때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았다.

2001년에는 1년 선배인 중국 망명 작가 노벨상 수상자 가오싱젠(高行健·86)과 중국 문학의 세계화를 주제로 한 대담으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명인 리쩌허우(李澤厚)와 함께 출간한 대담집 <고별혁명>에서는 혁명이 아닌 비폭력적이고 점진적 개혁을 통해 사회를 바꿔 나갈 것을 주창, 역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타인을 '반동'이라고 규정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 운동을 주창하면서 공산혁명, 문화대혁명, 톈안먼 항쟁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대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것으로 지금도 유명하다. 30년 대선배인 문호 첸중수(錢鍾書)를 비롯한 중국 지식인들에게 큰 논쟁과 반향을 촉발시킨 것은 당연했다. 이 책은 1995년 홍콩, 1999년 대만, 2003년 한국에서 출간됐으나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아직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성향을 짐작할 만한 책이라는 사실을 잘 말해주지 않나 싶다.

그는 대표적 중국 고전으로 평가받는 <삼국지>와 <수호전>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저서 <쌍전(雙典)>에서 <삼국지>와 <수호전>이 반역과 폭력, 권모술수를 정당화하면서 "중국인의 마음을 통치해 왔다"고 밝힌 것은 때문에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유비(劉備)를 '천하의 사기꾼'이라고 매도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또 이를 대신할 중국 문화의 원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근대 문학사에서도 단연 불후의 역작 중 하나로 손꼽힐 이 <쌍전>은 2012년 한국에서도 출판됐다.

그는 만년인 2022년 중국으로 돌아와 항저우에서 여유자적한 생활을 보냈으나 당국의 감시로 인해 주변과 광범위하게 교류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딸인 젠메이씨가 홍콩에서 활약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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