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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때 '세계 최대 채권국'의 상징이었다. 1991년부터 33년 연속 대외순자산 세계 1위를 지켰지만, 2024년 말 독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25년 말에는 중국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독일의 대외순자산은 675조5374억엔, 중국은 636조3391억엔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무역흑자 확대를 배경으로 1년 새 대외순자산이 100조엔 이상 늘었다.
일본의 순위 하락은 단순히 해외 자산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대외자산은 전년보다 8.5% 증가한 1805조6342억엔으로 17년 연속 늘었다. 일본 기업의 미국·유럽 직접투자, 해외 인수합병, 외국 증권 보유 평가익 등이 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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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외국인이 일본에 보유한 자산, 즉 대외부채도 더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대외부채는 10.5% 증가한 1243조8838억엔이었다. 특히 일본 증시 상승으로 해외 투자자가 가진 일본 주식의 평가액이 커지면서 순자산 증가폭을 눌렀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주식 가치 상승으로 비거주자가 보유한 일본 증권 평가액이 62조2000억엔 늘었다고 전했다.
대외순자산은 한 나라가 해외에 얼마나 많은 순자산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번 통계는 일본 경제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일본은 여전히 막대한 해외 자산을 가진 '부자 나라'지만, 무역흑자 확대와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순자산을 빠르게 쌓는 독일·중국에 비해 증가 속도는 뒤처지고 있다. 일본 안에서도 엔화 약세, 해외 투자 확대, 국내 산업 공동화가 맞물리며 "일본 기업은 해외에서 돈을 벌지만 국내 성장력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도 시사점이 작지 않다. 일본의 순위 하락은 단순한 경제 순위 변화가 아니라 동아시아 자본 흐름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국은 수출과 경상흑자를 바탕으로 대외순자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고, 일본은 해외 투자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해지고 있다. 한국 역시 고령화, 저성장, 제조업 해외 이전이라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한 압력을 받고 있다. 대외자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국내 산업 기반과 투자 매력을 함께 지켜야 한다는 경고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