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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컬처, 전시장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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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5. 27. 13:38

베르디부터 키크니까지…공감·캐릭터·SNS 감성 품은 전시 인기
롯데뮤지엄 《아이 빌리브 인 미》 전시전경, 2026, 롯데뮤지엄 제공, 사진 필모스튜디오 (3)
일본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의 개인전 '아이 빌리브 인 미(I Believe in Me)' 전경. /롯데뮤지엄
한때 어렵고 조용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미술 전시장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익숙하게 보던 캐릭터와 그래픽, 밈(meme), 댓글 문화가 오프라인 공간 안으로 들어오며 젊은 세대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다. '작품 감상'보다 '공감과 경험'을 앞세운 이른바 유스컬처(youth culture·청년 세대 문화) 기반 전시들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미술관 역시 새로운 소비 흐름을 적극 끌어안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의 개인전 '아이 빌리브 인 미(I Believe in Me)'가 있다. 오는 7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베르디의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드로잉과 회화, 조각, 설치 등 250여 점 규모로 구성됐다. 단순한 캐릭터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스트리트 패션과 음악, 그래픽 디자인, 글로벌 브랜드 협업 문화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베르디는 일본 스트리트 컬처를 대표하는 그래픽 아티스트다. '걸스 돈 크라이(Girls Don't Cry)'와 '웨이스티드 유스(Wasted Youth)'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불안, 낭만을 시각 언어로 풀어내며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해왔다. 블랙핑크, 켄드릭 라마, 나이키, 휴먼메이드 등과의 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술계보다 패션과 음악 신에서 먼저 영향력을 키운 작가가 이제 전시 공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상징성이 크다.

VERDY_I Believe in Me 2026_01_Photo by Takaki Iwata_ⓒVERDY
베르디(VERDY). /롯데뮤지엄
전시장에는 그의 대표 캐릭터 '빅(Vick)'과 다양한 그래픽 작업이 대형 설치 형태로 구현됐다. 특히 실제 도쿄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은 관람객이 작품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 화이트큐브형 전시보다 사진 촬영과 체험 요소를 강화한 점 역시 특징이다. 작품을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즐기고 공유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반응도 뜨겁다. 롯데뮤지엄에 따르면 20~40대 젊은 관람객들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주말에는 일본과 중국 등 해외 관람객 비중도 높은 편이다. 전시 한정 굿즈 일부는 발매 당일 오전 조기 품절되며 리셀 거래까지 이어지고 있다.

롯데뮤지엄 김새슬 큐레이터는 "베르디는 단순한 캐릭터 작가가 아니라 패션과 음악, 스트리트 문화를 아우르며 동시대 유스컬처를 시각언어로 구현해온 아티스트"라며 "이번 전시는 그래픽 작업을 미술관 공간 경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뮤지엄 《아이 빌리브 인 미》 전시전경, 2026, 롯데뮤지엄 제공, 사진 필모스튜디오 (8)
일본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의 개인전 '아이 빌리브 인 미(I Believe in Me)' 전경. /롯데뮤지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1관에서 열리고 있는 '키크니 특별전-그렸고 그런 사이'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SNS 기반의 '공감형 콘텐츠'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다. 키크니는 댓글과 사연을 바탕으로 관계와 감정을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다. 가족, 연인, 반려동물과의 기억을 유머와 위로가 섞인 그림으로 풀어내며 온라인에서 큰 공감을 얻어왔다.

전시장에서는 이러한 감정 서사를 공간 경험으로 재구성했다. 댓글을 시각화한 설치 작업과 내레이션 영상,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다룬 공간 등은 관람객 각자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웃다가도 울게 되는 감정의 흐름이 전시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는 평가다. 온라인 댓글 문화에서 출발한 감정 교류가 오프라인 공간 안에서 집단적 경험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전시를 운영하는 지엔씨미디어 측은 "최근 관람객들은 단순히 깊게 해석해야 하는 문화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 세대에게 캐릭터와 밈 기반 콘텐츠는 가볍게 공감하고 감정을 환기할 수 있는 친근한 문화 코드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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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 특별전 -그렸고 그런 사이' 전경. /지엔씨미디어
두 전시는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동시대 젊은 감각'을 전시 공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베르디가 스트리트 패션과 캐릭터, 브랜드 문화를 통해 유스컬처의 미학을 보여준다면, 키크니는 SNS 기반의 감정 공유와 관계 서사를 통해 공감의 문화를 시각화한다. 모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던 콘텐츠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번역한 사례다.

김새슬 큐레이터는 "최근 관람객들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다"며 "전시장 역시 단순한 감상 공간을 넘어 각자의 감각과 경험을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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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 특별전 -그렸고 그런 사이' 전경. /지엔씨미디어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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