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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호르무즈 교전 속 종전 MOU 공방…이란 동결자산 240억달러 막판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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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27. 05:14

이란, MOU 서명 즉시 120억달러 동결자산 해제 요구
WSJ "경제난 완화·핵 양보 제한 전략"
루비오 "종전 MOU, 며칠 더 걸릴 것"…핵·레바논·호르무즈 통항료 후속 난제
TRUMP MEMORIAL DA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원형극장에서 연설하고 있다./UPI·연합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교전 속에서도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해외 동결자산 240억달러(36조원) 해제를 막판 쟁점으로 밀어붙이고, 미국은 호르무즈 통항 재개와 고농축 우라늄 처리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초기 합의가 이뤄져도 핵·미사일·레바논 전선은 60일 후속 협상으로 넘어가 재충돌 위험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군, 이란 선박·미사일 발사장 타격…이란, 휴전 위반 규탄

이란 외무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전날 이뤄진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의 공습이 4월 8일 이후 유지돼 온 휴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외무부는 "어떤 적대 행위도 응답 없이 남겨두지 않겠다"고 한 이란의 경고를 미국이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방공 부대가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미군 MQ-9 리퍼 무인기를 격추하고, 다른 드론과 F-35 전투기를 퇴각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국방부(전쟁부) 관리들은 드론 격추 주장을 부인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앞서 중부사령부는 전날 밤 이란 남부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려던 것으로 지목한 IRGC 선박과 미사일 발사장을 자위권 차원에서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타격 직전 24시간 동안 이란의 드론 발진과 미사일 발사장 움직임 등 위협 행동을 포착했다고 NYT가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교전으로 국제유가는 다시 뛰었다.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원유 기준가인 브렌트유가 이날 배럴당 100달러(150만650원) 선에 육박하며 약 3~3.9% 급등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시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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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란 여성이 26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TV 연설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AFP·연합
◇ 이란, 120억달러 우선 해제 요구…갈리바프, 카타르 협의 후 귀환

이란 대미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틀간의 카타르 도하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고 이란 공영방송 IRIB가 보도했다. 갈리바프 의장의 방문은 해외 동결자산 해제 절차와 호르무즈 통항 재개 조건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란 및 중재국 관리들이 밝혔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미국과 MOU 체결 즉시 동결자산 120억달러(18조원) 해제를, 나머지 120억달러는 60일 후속 협상 기간 중 송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를 본협상을 보장할 '신뢰의 제스처'로 보고 있다. 이란 소식통은 과거 한국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묶였던 60억달러(9조원)가 카타르로 송금됐다가 다시 동결된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에는 이행 절차를 매우 신중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강경 성향 파르스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동결자산 접근 방식이 MOU 타결의 '마지막 심각한 이견'이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초기 MOU의 기본 틀이 전쟁 중단, 미국 해군의 이란 해상 봉쇄 해제, 이란의 호르무즈 통항 보장을 맞바꾸는 구조라고 전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4개 항목 MOU에서 많은 사안에 결론이 났지만, 곧바로 종전 합의가 이뤄진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FT는 협상 내용을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초기 합의안에 호르무즈 단계적 재개방, 기뢰 제거, 60일 통항 기간 선박 이용료 미부과 조건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IRAN-PAKISTAN-US-ISRAEL-WAR-POLITICS-DIPLOMACY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오른쪽)이 2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사이드 아심 무니르 원수를 면담하고 있다./AFP·연합
◇ WSJ "이란, 경제 실리 확보·핵 양보 제한 추구"…트럼프, 농축 우라늄 직접 인도 요구 완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관리와 아랍 중재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협상에서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서방이 동결한 약 1000억달러(150조6400억원) 규모 자산 일부를 회수하고, 세계 석유시장에 재진입해 경제난 완화와 협상 실리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동시에 핵 프로그램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할 만큼 충분한 양보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미국에 즉시 인도되거나, 이슬람공화국과 공조해 현지 또는 다른 수용 가능한 장소에서 파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라늄을 미국에 직접 인도받겠다는 기존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현장 폐기나 제3의 장소 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WSJ는 이 조정이 이란의 우라늄 희석 또는 러시아 이전 가능성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마지막으로 검증한 이란의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441㎏으로, 추가 처리 시 핵폭탄 약 12개 분량이다.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레바논 휴전 등도 쟁점...NYT, 단계 합의 리스크 지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쉽게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것도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통항료 또는 항행 서비스 비용 체계를 원하고 있으며, 오만과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 본협상에 레바논 전선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인도 방문 중 취재진에게 "초기 문서의 구체적 문구를 놓고 많은 협의가 오가고 있어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합의(good deal) 아니면 합의 없음(no deal)"이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번 미·이란 협상이 호르무즈 봉쇄 해제를 먼저 합의하고, 핵 프로그램 등 어려운 사안을 뒤로 미루는 트럼프식 단계 합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단계 합의 이후 2단계 협상이 교착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례가 이란 협상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분석가는 "양측이 합의에 이를 수 있다 해도, 그것 자체가 큰 '만약'이지만, 안정적인 평화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 하메네이, 미군기지 취약성 경고...페제시키안 대통령 "품위 있는 틀 마련 준비돼"

이란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하지(Hajj·이슬람 성지순례) 메시지에서 "시계는 되돌릴 수 없으며, 역내 국가와 영토는 더 이상 미군 기지의 방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하메네이가 진행 중인 협상이나 직전 교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카타르·이집트 정상과 통화하며 전쟁과 지역 긴장을 끝낼 '품위 있는 틀'을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이란 정부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지시로 전쟁 발발 이후 88일 동안 이어진 전국적 인터넷 차단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감시 단체 넷블록스(NetBlocks)는 이를 '현대 역사상 가장 긴 전국적 인터넷 차단'이라고 평가했다고 NYT가 전했다. 다만 이란 사법부 산하 매체 미잔(Mizan)은 법원이 인터넷 정책 실무그룹 결정을 일시 정지시켰다고 보도해 내부 갈등도 드러났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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