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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산책] ‘와일드 씽’, 배우들이 완성한 코미디의 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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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6. 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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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엄태구·박지현·오정세의 복고 코미디
손재곤 감독 연출, 오는 3일 개봉
와일드씽
'와일드씽'/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무대에 선다는 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일만은 아니다. 한때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박자를 맞췄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서로를 마주하는 일이다.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 씽'은 1990년대 가요계를 휩쓸었던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를 꿈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재곤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가 의기투합한 코미디 영화다.

트라이앵글은 한때 정상에 가까웠던 그룹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됐고, 각자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누군가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누군가는 2인자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 누군가는 무대의 감각을 마음 한쪽에 남겨둔 채 다른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이들의 재회를 거창한 성공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우스꽝스럽고 짠한 소동 안에 배치한다.

영화의 표면은 1990~2000년대 사이 가요계의 느낌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세기말 감성의 무대 의상과 헤어스타일, 당시 음악 방송을 떠올리게 하는 카메라 무빙이 그 시절의 공기를 불러낸다. 표절 논란과 라이벌 구도 같은 대중문화의 풍경도 코미디 안으로 들어온다. 다만 '와일드 씽'은 단순히 추억을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과거의 형식을 빌려 지금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들의 미련과 절실함을 보여준다.

와일드씽
'와일드씽'/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씽
'와일드씽'/롯데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은 트라이앵글의 리더이자 댄스 머신 황현우를 연기한다. '검사외전' 이후 오랜만에 코미디로 돌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스타의 이미지를 정면으로 활용하면서도 기꺼이 내려놓는다. 오프닝의 헤드스핀 장면은 영화가 강동원에게 요구하는 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웃겨야 하지만 대충해서는 안 된다. 강동원은 진지하게 춤을 추고 그 진지함은 코미디의 에너지가 된다. 공연장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후반부까지 그는 아이돌 퍼포먼스와 코미디 연기를 동시에 수행한다.

엄태구는 상구 역으로 영화 안에서 가장 뜻밖의 리듬을 만든다. 상구는 랩에 대한 자신감과 무대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놓지 않는 인물이다. 트라이앵글이 해체된 뒤에도 꿈을 잃지 않고 솔로 앨범과 노출 화보에 도전한다. 엄태구는 이 캐릭터를 가볍게 희화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진지하게, 억울할 만큼 절실하게 연기하며 웃음을 더 크게 만든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쏟아내는 래핑은 클라이맥스 무대에서 가장 강한 반응을 끌어내는 장면 중 하나다.

오정세의 최성곤은 영화의 코미디를 한층 확장한다. '39주 연속 2위'에 머문 비운의 발라드 가수가 산속 자연인으로 살아가다 다시 무대 앞에 서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거친 사냥꾼과 우윳빛 발라더를 오가는 극단적인 간극을 자신만의 호흡으로 장악한다. 히트곡 '니가 좋아'를 미성으로 진지하게 부르는 장면은 '와일드 씽'의 코미디 결을 잘 보여준다. 인물은 진심이고 상황은 우습다. 오정세는 그 균형을 정확히 잡아내며 최성곤을 영화가 끝난 뒤에도 선명하게 남는 캐릭터로 만든다.

박지현이 맡은 도미는 세 사람의 소동 사이에서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 트라이앵글의 센터이자 홍일점인 도미는 재벌가에 편입된 삶 속에서도 무대의 감각을 끝내 지우지 못한 인물이다. 박지현은 도미의 그리움을 직접적인 설명보다 표정과 분위기로 전한다. 세 남성 캐릭터의 에너지가 크게 움직일 때 도미가 중심을 잡으면서 영화는 단순한 소동극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손재곤 감독의 연출은 배우들의 캐릭터 플레이를 살리는 방향에 놓여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과 '해치지 않아'를 통해 보여준 코미디 감각은 이번에도 인물의 진심과 상황의 우스움이 만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중반부에는 교통사고와 경찰 추격, 로드무비적 소동이 겹치며 다소 산만한 인상도 남기지만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끝까지 밀고 가며 영화의 동력을 유지한다.

'와일드 씽'은 배우들의 캐릭터 플레이가 중심에 놓인 코미디다. 강동원의 능청, 엄태구의 진지함, 오정세의 미성, 박지현의 중심감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1990년대 가요계 감성은 웃음을 만들고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인물들의 마음은 영화에 뭉클함을 더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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