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몫 1석 두고 필리핀-키르기스스탄 경쟁
전문가 "당선 시 미얀마 등 역내 현안 부각…미·중 균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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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표로 뽑히는 비상임이사국의 임기는 2027년 1월부터 2년간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3월 뉴욕 유엔본부를 직접 찾아 표심을 호소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그는 유엔총회 특별 연설에서 "필리핀은 독립적이고 신뢰받는 동반자이자 혁신적인 개척자, 헌신적인 평화 중재자임을 꾸준히 입증해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진출이 동남아의 관심사를 유엔의 가장 강력한 기구 안에서 부각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니엘 포티 국제위기그룹(ICG) 유엔담당 국장은 3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에 "선출직 이사국은 자국 이익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의 이익도 대변한다"며 필리핀이 안보리에서 입장을 설명하고 특정 의제를 추진하는 과정에 아세안의 시각과 영향력이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평화·안보 유지를 책임지는 안보리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매년 절반씩 교체되는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이사국은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고 한 달씩 돌아가는 의장국을 맡아 의제 설정에 관여한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라는 민감한 사안 대신 역내 안보, 기후변화, 국제법 준수를 선거 운동의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포티 국장은 이를 두고 필리핀이 안보리를 단일 쟁점을 둘러싼 격전장으로 만드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관건은 미·중 사이의 균형이다. 그는 "필리핀은 안보리에서나 주변 지역에서나 최대 행위자인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며 "자국 역내 문제는 물론 미국과 중국이 맞서는 다른 국제 현안에서도 매우 신중하게 입장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분쟁을 비켜간 필리핀이 정작 부각시킬 사안으로는 미얀마가 거론된다. 크리스토퍼 앵커슨 뉴욕대 국제문제 교수는 수년간의 정정 불안 끝에 여전히 심각한 인도주의·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미얀마를 짚으며, 진전 필요성을 담은 결의안이나 미얀마 상황을 논의하는 자리에 폭넓은 지지가 모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남아에서 유엔 고위 당국자를 지낸 그는 "필리핀이 안보리에서 다룰 수 있고, 또 다뤄야 하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태국과 캄보디아 간 긴장은 안보리 의제로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역내 분쟁을 국제 무대에 올리기 전에 내부 외교 채널로 다뤄온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포티 국장은 "아세안 국가들은 자국 지역에 관한 논의를 안보리 의제에서 빼두려 해왔다"며 필리핀도 안보리에 안건을 올리기보다 조용한 외교와 역내 국가들과의 협의를 우선할 것으로 봤다.
투표 결과를 단정하긴 어렵다. 필리핀은 미국·영국·프랑스의 지지를,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중국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이 없어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함께 지적했다. 마르코스 정부에도 이번 투표에서의 승리는 외교적 성과인 동시에, 국제 안보 현안에서 아세안의 목소리를 키울 발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