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호르무즈 막히자 빵값·도로값까지… 동남아 덮친 이란전쟁 100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07010002120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6. 07. 13:04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호르무즈 봉쇄로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 균열
베트남,말레이 등 도로공사용 역청 70%·플라스틱 원료 90% 급등
전문가 "긴장 완화돼도 1~2년 지속될 구조적 변화"
Iran War <YONHAP NO-2482> (AP Photo/Vahid Salemi)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 이슬람 혁명 창시자 고(故) 루홀라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왼쪽)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초상화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시민들이 그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AP 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7일(현지시간) 발발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충격이 유가를 넘어 동남아시아 도로 건설 현장과 식음료 매장의 일상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의 여파는 중동산 에너지·해운 경로가 막히면서 연료와 석유 기반 원료의 가격을 끌어올렸고, 그 파장이 플라스틱 포장재부터 헬륨·비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품목으로 번지고 있다.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가스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것이 그 출발점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도로 건설 현장이다. 베트남 도로국은 최근 건설부에 낸 보고서에서 유가와 도로포장용 핵심 자제인 역청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올해 도로 유지보수 사업비가 9460억동(약 549억원) 늘어 약 28%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2월 말 이후 경윳값이 70%, 역청값이 약 32% 뛴 탓이다.

문제는 이미 발주된 유지보수 사업 입찰의 4분의 3가량이 고정단가 계약이라 오른 비용을 반영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도로국은 현행법상 유가 상승을 계약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사정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부 업체는 이미 시공을 미루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 공공사업부도 지난 4월 전국 도로 건설·정비 사업 855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280건이 자재·경유비 상승으로 지연됐다고 밝혔다. 태국에서도 태국건설협회가 경유·철강·운임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공사 중단이 잇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료난은 중동산 나프타에 의존하는 플라스틱 산업으로도 옮겨붙었다. 말레이시아플라스틱제조협회(MPMA)는 나프타에서 추출되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가격이 4월에 톤(t)당 930달러(약 141만원)에서 1700달러로 약 90% 급등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급업체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거래처를 잃은 기업도 나왔다. 이후 제조사들이 중국산 등 대체 수입처로 눈을 돌리면서 6월 가격은 톤(t)당 1450달러(약 219만원) 선으로 다소 진정됐다.

원료 가격 급등으로 완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선 일부 기업들이 플라스틱 대신 종이팩 포장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나나 잎으로 제품을 포장한 패러디 영상을 올리며 "플라스틱값 폭등 대응책"이라고 자조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전쟁의 여파는 식량 안보로도 번지고 있다. 싱가포르 RSIS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는 중동에서 비료 11억달러(약 1조6700억원)어치를 수입하며, 이는 역내 전체 비료 수입의 약 11%에 해당한다. 비보조 비료값이 급등하며 생산비도 오른데다 경유비 상승까지 겹쳐 영세농가들은 궁지로 몰렸다. 일부 농민은 천연 비료로 갈아타거나 빠른 수익이 나는 원예작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부담은 소비자들에게도 돌아오고 있다.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포장재값이 50% 이상 급등하며 곳곳에서 물가도 상승하고 있다. 태국에서 빵집을 운영 중인 카녹씨는 본지에 "포장재값이 급등해 어쩔 수 없이 빵 가격도 10~15% 인상했다"면서 "물가가 다 오르고 있어서 도저히 인상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고통이 길게 갈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이샥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초빙선임연구원은 운임·보험료 상승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빈곤층으로 내몰린 가계와 문 닫은 기업은 긴장이 풀려도 회복하지 못할 수 있어 일부 영향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비마 유디스티라 인도네시아 CELIOS의 소장도 정부의 재정 여력이 바닥나면 물가 압력이 더 거세지고 감원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제48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역내 지도자들이 공동 연료 비축과 식량 안보 대기 체제를 제안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연장선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