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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유명가수들, 카지노 공연 참아달라” 28년 전의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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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6.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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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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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1980~90년대 미국 한인사회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카지노였다. 카지노가 있는 애틀랜틱시티의 호텔과 리조트들은 주말마다 한국 유명 가수를 불러 공연을 열고, 리무진버스로 뉴욕 동포 수백, 수천 명을 실어 날랐다. 입장료도 숙박비도 교통비도 도착하면 돌려줬다. 공연은 공짜였다. 사람들은 공짜 공연을 보러 갔다가 도박장에 남았다.

그 결말은 1998년 뉴욕한인회가 청와대와 연예협회에 보낸 호소문에 적혀 있다. 공연을 보러 갔다가 도박에 빠진 동포들이 재산을 날리고 거지 생활을 하고, 도박비를 마련하려 몸을 파는 여성까지 있다고 했다. 가정이 줄줄이 깨졌다. 출연료를 도박장에서 다 잃고 빚까지 진 채 귀국한 가수도 있었다. 카지노가 한국 가수를 미끼로 동포를 끌어모으는 수법은 그렇게 28년 전 고발됐고, KBS의 잠입 취재 보도 한 방에 뉴욕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안다. 이미 봤기 때문이다.

지난달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의 한 리조트에서 가수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재베트남 대한체육회는 회원들에게 그 리조트의 카지노 카드를 만들면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카드가 없으면 여권이나 거주증을 들고 카지노 입구 안내데스크에서 발급받으라고, 5분이면 된다고 친절히 일러주기까지 했다. 대한체육회가 지정한, 공적 성격의 해외 한인 체육단체의 안내였다.

콘서트 초대권이 포함된 숙박 패키지를 사는 대신 카지노 카드를 만들고 본 공연은 공짜였을까. 그 값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치른다. 공연을 보러 온 수백 명 가운데 몇 명만 호기심에 카지노 문턱을 넘어도 충분하다. 복수의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은 "평소 카지노에 발을 들이지 않던 사람들이 호기심에라도 카지노를 들리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이득"이라면서 "카지노가 있는 호텔·리조트에서는 카지노 신규 회원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고 전했다.

도박 중독의 피해가 유독 잔인한 것은 한 사람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술과 달리 도박은 자녀의 학비를, 노부모의 생활비를 함께 끌고 들어가고, 때로는 목숨보다 무거운 빚을 지운다. 관광객이라면 칩 몇 장 만지다 귀국하면 그만이지만, 교민에게는 그 문이 일상 안에 계속 열려 있다. "한 번만"이 "한 번 더"가 되고, 지갑 속에 남은 카지노 카드가 매일 다음을 부른다. 베트남에서 가산을, 더러는 회사 공금까지 탕진한 사람들은 이제 두 손에 다 꼽을 수도 없다.

체육회는 보도 후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카지노 카드를 안내한 사무총장만 물러났고, 객실 요금까지 더해 똑같이 안내한 회장의 아들은 직책을 지켰다. 기존 대화방은 폐쇄됐고, 때마침 눈엣가시이던 특정 종목단체장은 제보자로 몰려 새 단체대화방에서 배제됐다.

카지노가 합법인 나라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공적 단체의 이름을 빌려 동포들을 그 문 앞에 줄 세운 것이 잘못이다. 28년 전 뉴욕의 동포들은 제 식구가 도박장에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고 호소문을 썼다. 2026년 재베트남 대한체육회는 제 식구들에게 도박장 카드를 만들라며 줄 세웠다. 호치민 한인회는 감사의 뜻을 담아 해당 리조트 사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카지노의 수법은 늘 같다. 달라지는 것은 그 수법에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들뿐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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