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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광기 사이,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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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6. 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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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서 발레 도르트문트 첫 내한 공연
북유럽 하지 축제와 초현실적 상상력 결합한 시각적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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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 중 한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알렉산더 에크만은 역시 관객을 예상 가능한 세계에 머물게 두지 않았다.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발레 도르트문트의 '한여름 밤의 꿈'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관객을 북유럽의 하지 축제로 끌어들인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떠올린 관객이라면 곧 예상이 빗나갔음을 깨닫게 된다.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은 스웨덴의 하지 축제와 백야의 풍경, 꿈과 현실의 경계가 뒤섞이는 감각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무대를 가득 채운 건초더미는 작품의 상징이다. 무용수들은 건초 위를 뛰고 구르며 축제의 열기와 원초적 에너지를 분출한다. 여기에 공중에 매달린 침대와 허공을 가로지르는 물고기, 예기치 못한 오브제들이 등장하며 현실의 논리를 무너뜨린다. 에크만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이 무대 전체를 지배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인터미션이었다. 일반적인 공연이라면 관객들이 객석을 떠나 휴식을 취할 시간이지만, 이 작품은 30분간의 라이브 연주로 공연의 흐름을 이어간다. 관객 상당수는 자리를 뜨지 않은 채 무대 위 연주자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인터미션마저 작품의 일부로 기능하는 셈이다.

작곡가 미카엘 칼손이 스웨덴 전통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은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북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축제의 열기가 고조되고, 현악기의 선율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특히 스웨덴 싱어송라이터 한나 톨프의 목소리는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우리나라의 창이나 포르투갈의 파두를 연상시키는 호소력 짙은 음색은 낯설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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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 중 한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1막이 축제의 흥겨움과 공동체의 에너지를 보여준다면, 2막은 전혀 다른 풍경을 펼쳐낸다. 꿈속으로 진입한 무대는 기이하고 불안하며 때로는 악몽처럼 느껴진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안긴다. 아름다움과 불안, 환상과 공포가 공존하는 이미지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강렬한 예술적 감흥을 만들어낸다.

발레 도르트문트 무용수들의 기량도 압도적이다. 단련된 신체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움직임은 복잡한 무대 장치와 거대한 세트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의상과 조명, 소품, 라이브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관객을 완전한 꿈의 세계로 초대한다.

다만 중간에 등장하는 한국어 대사는 작품의 유일한 군더더기처럼 느껴진다. 관객의 집중력을 환기하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오히려 꿈속을 유영하듯 이어지던 공연의 흐름을 끊는다.

'한여름 밤의 꿈'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작품이라기보다 예술적 실험성과 미학적 완성도에 무게를 둔 공연이다. 명확한 서사보다 감각과 이미지, 음악과 움직임이 이끄는 세계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이라면 강렬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화려한 볼거리 속에서도 보다 명확한 이야기 구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난해 '해머'로 한국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던 에크만은 이번에도 공연예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축제와 꿈, 환상과 악몽이 뒤섞인 두 시간. 관객은 극장을 나서면서도 한동안 그 한여름 밤의 기묘한 풍경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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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 중 한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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