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화·성과급·구조조정까지 교섭 의제 확산 우려
|
21일 노동계와 경영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3개월 만에 산업현장에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의제 범위를 둘러싼 혼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법 개정 취지는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어디까지를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으로 볼지 경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에 따르면 6월 5일 기준 431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1937개 하청에서 교섭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37곳은 자율적으로 창구단일화 절차에 들어갔고, 123곳은 노동위원회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271곳은 교섭 요구 이후 별다른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쟁점은 원청 사용자성의 범위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원청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확보 의무를 지기 때문에 하청 노동자에게 안전 기준 준수, 출입 통제, 보호구 착용 등을 지시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안전관리 조치가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활용될 경우 성실한 법 준수가 또 다른 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원청이 안전 기준이나 출입 통제, 보호구 착용 등을 순간순간 지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며 "이런 것이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활용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기업이 안전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역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도 같은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황용연 한국경총 이사는 "노동위원회 사건에서 산업안전 문제를 중심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법령상 안전 의무 이행이 사용자성 판단 기준으로 평가되면 성실한 법 준수 행위가 또 다른 법적 리스크가 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섭 의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부담이다. 현재는 원청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다툼이지만, 앞으로는 원청이 어떤 의제까지 교섭해야 하는지를 두고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계획, 납기, 작업 배치뿐 아니라 AI 자동화 도입, 성과급 체계 개편,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까지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교섭·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교수는 "오늘날 거의 모든 경영자 결정은 직간접적으로 근로조건과 연결된다"며 "AI 자동화 도입, 성과급 개편, 구조조정 문제가 발생하면 경영권 영역을 둘러싼 전면전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과 경영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는데 모든 의사결정을 교섭으로 가져가야 한다면 기업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