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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화이트칼라 보석…대법 “구속기간 6개월,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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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6.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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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구속 만기 허점' 문제 제기에
"일부 사건선 충실한 심리 어렵게 해"
"변호인 교체 등 시간끌며 재판 지연"
6개월 버티다 보석꼼수 차단도 한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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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현행 형사소송법상 1심 구속기간을 최대 6개월로 제한한 제도에 대해 개선 필요성을 공식 인정했다. 아시아투데이가 지난달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의 재판에서 일률적인 구속기간 제한이 충실한 심리를 어렵게 하고 '보석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이후, 사법부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복잡한 화이트칼라 재판, 6개월도 짧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심 구속기간 제한 제도의 실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는 본지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공판중심주의와 구술심리가 강화되고 형사사건이 점차 복잡화됨에 따라 일부 사건에서 현행 구속기간 제한이 충실한 심리에 일정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구속기간을 원칙적으로 2개월로 정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2개월씩 두 차례 갱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로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법원행정처는 대규모 금융·증권 범죄와 배임·횡령, 기술유출 사건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들 사건은 기록이 방대하고 법률·회계·기술적 쟁점이 복잡한 데다 다수의 증인신문과 전문적 증거조사가 필요해 일반 형사사건보다 심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아울러 구속기간 제한이 화이트칼라 범죄 피고인에 대한 보석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법원행정처는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사건에서는 법정 구속기간의 한계로 인해 재판부가 보석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기록이 방대하거나 증인신문이 장기화되는 사건에서는 구속 상태에서의 심리가 바람직함에도 부득이 보석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경우 법원이 도주나 증거인멸, 피해자 위해 방지 등을 위한 조건으로 보석 결정을 하더라도, 일부 피고인은 잔여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실질적인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조건이 부가된 보석 결정에 따른 석방이 아닌 구속기간 만료 후 구속취소를 선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지난달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갑) 측과 함께 2024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 동·남·북·서부지법의 보석 인용(직권 제외) 사건을 전수 분석(5월 14일자 [단독] '금융·증권 전문' 남부지법 보석 76% 화이트칼라…돈 많고 복잡한 범죄 '석방문' 더 넓었다)했다. 그 결과, 보석 인용의 절반 이상이 사기·자본시장법 위반·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 화이트칼라 범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증권 사건이 집중된 서울남부지법의 경우 화이트칼라 범죄 보석 인용 비중이 다른 재경지법에 비해 30%가량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에서 현행 구속기간 제한이 보석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문제 의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보석 전략'에 흔들리는 구속제도…法 "국회 논의 시 의견 개진"

법원행정처는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 재판에서 일부 피고인이 변호인 교체 등으로 시간을 버는 이른바 '보석 전략'에도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법원행정처는 "일부 사건에서 구속기간 만료를 염두에 두고 변호인 교체, 과도한 증거신청, 광범위한 증거 부동의 등이 이뤄질 경우 신속한재판 진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구속기간 제한 제도의 취지가 재판 지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건 유형, 진행 경과 등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구속기간의 제한을 완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은 적법절차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인 만큼 이를 위축시키는 방식의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법원행정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일률적으로 구속기간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주요 증거조사를 위한 추가 심리가 필요한 경우,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도주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구속기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행정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법원의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구속기간 제한 제도는 일제강점기 장기 구금의 폐해와 해방 이후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 등을 배경으로 도입됐으며, 미결구금의 장기화를 막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원행정처는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0여 년간 사회·경제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범죄가 지능화·고도화·복잡화된 만큼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도 2001년 구속기간 제한에 관한 구 형사소송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형사절차의 변화와 인권보장 수준의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인 구속기간 제한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향후 국회에서 구속기간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질 경우 미결구금 장기화를 방지한다는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되 중대·복잡 사건의 특수성과 피해자 보호, 실체적 진실 발견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재판 운영·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이와 더불어 예외적 사정이 인정되는 사건에 한해 구속기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입법 논의 과정에서 충실히 검토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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